SKC, SK엔펄스 흡수합병 '후공정 중심' 구조 리셋
SKC가 반도체 소재사업 투자사 SK엔펄스를 흡수합병한다. 잇따른 사업 매각과 분할로 이미 실질적 역할을 다한 SK엔펄스를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후공정 중심의 '리밸런싱 전략'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합병으로 확보되는 약 3800억원대의 현금성자산은 글라스기판과 패키징 소재 등 차세대 반도체 소재에 투자된다.
SKC는 이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SK엔펄스 합병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고 15일 밝혔다. 합병기일은 12월22일이며 23일 등기가 완료된다.
SK엔펄스는 SKC의 100% 자회사로 반도체 전후공정 핵심소재 사업의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023년 이후 SKC는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웨트케미칼·세정사업, CMP패드, 블랭크마스크 등 대부분의 사업을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남은 후공정장비 부문도 지난해 말 분할 이후 신설된 아이세미㈜로 분리해 ISC에 처분하면서 SK엔펄스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투자지주가 됐다. SKC는 이번 합병으로 중복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SK엔펄스의 보유 현금과 사업 매각 대금을 포함한 약 38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SKC는 이 자금으로 미국 조지아주 앱솔릭스의 글라스기판 상업화, ISC와의 테스트소켓·장비 사업 확장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는 SKC가 추진 중인 고부가 후공정 중심 구조전환의 완결판으로 평가된다.
현재 SKC의 반도체소재 사업 축은 ISC(테스트소켓·장비)와 앱솔릭스(글라스기판)로 재편됐다. 기존 전공정용 소재에서 벗어나 반도체 생산단계 중 패키징과 테스트로 이동한 셈이다. 이는 수익성이 낮은 범용소재 대신 기술집약적 영역에 집중하려는 SKC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재무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 SKC는 올해 6월 기준 총차입금이 3조원을 상회하며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번 합병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차입금 변제와 이자비용 절감에 활용돼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C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현재 'A+' 수준으로 현금유동성 확보는 신용안정성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SKC가 오랜 기간 추진해온 리밸런싱 전략의 마무리 단계로 평가된다. SKC는 2022년 산업용필름·케미칼 등 전통 소재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계열 내 자회사 구조를 재편하며 이차전지·반도체 중심의 첨단소재 기업으로 전환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SK넥실리스와 SKC FT홀딩스, SK리비오와 SK TBM지오스톤 간 합병으로 지배구조의 효율성을 높였고 SK엔펄스 매각과 분할을 병행하며 사업영역을 정리했다.
SKC 관계자는 "SK엔펄스의 비핵심사업 매각과 합병은 고부가 후공정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완성하는 계기이자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라며 "확보된 자금으로 후공정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