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순위 조작 혐의' 쿠팡, 첫 재판서 "좋은 상품 쉽게 찾도록 비교·제시한 것" [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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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검색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쿠팡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쿠팡은 일부 상품을 검색어 노출 상단에 배치한 것은 맞지만 목적성은 없었고, 소비자들이 좋은 상품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우려는 취지였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1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8단독 이준석 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쿠팡과 쿠팡의 자체브랜드(PB) 부문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 측은 "쿠팡은 검색 순위가 높은 상품일수록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점 등을 이용해 PB상품과 직매입 상품 중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의 판매량을 늘리기로 계획했다"며 "소비자에게 고지한 내용과 달리 검색 순위를 무시한 채 (특정 상품을) 상위에 고정해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색 순위 산정을 위한 기본점수를 가중하는 SGP 알고리즘을 개발해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쿠팡 측 법률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맡았다. 쿠팡 측은 "(문제된 행위는) 온라인쇼핑 업체가 값싸고 좋은 상품을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비교해 제시한 것으로 소비자에 대한 위계나 기만적인 행위가 될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과징금을 부과했고 검찰은 전례 없는 형사 기소를 했다"고 덧붙였다.
쿠팡은 중소상공인을 동반성장 대상으로 인식하고 이들 업체의 성장기반 제공, 매출 증대를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공소사실은 쿠팡이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 업체를 경쟁자로 보고 (이들의) 고객을 유인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법리적, 사실관계 측면에서도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쿠팡 측은 재판부가 "검색어 노출 상단에 배치한 것은 인정하되 목적성이 없었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재판부는 12월12일 다음 기일을 열고 쿠팡 측의 증거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또 같은 쟁점으로 진행 중인 행정소송을 검토한 뒤 향후 재판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공정위는 '쿠팡이 검색 순위와 상품 후기를 조작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682억원을 부과하고 쿠팡과 CPLB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올해 5월1일 쿠팡과 CPLB가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수사 결과 쿠팡은 약 5년간 16만여차례나 특정 상품 약 5만개의 노출 순위를 조정하거나 검색 순위 산정을 위한 기본점수를 최대 1.5배 가중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구매자에게는 기존 판매실적, 사용자 선호도, 상품정보 충실도 등을 평가해 객관적으로 산출된 순위라고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검색 순위 조작이 상당 기간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알고리즘이나 PB 상품 후기 작성 등과 관련해서는 고의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