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2025] 고한승 삼성전자 사장 "현실 대안은 성공불융자…인센티브보다 쿼터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2025(BIX2025) 현장에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이 신약개발과 바이오시밀러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정책 해법으로 각각 '성공불융자'와 '바이오시밀러 처방 쿼터제'를 제시했다. 업계와 정부가 임상3상 간소화, 의사 인센티브 제도 등 업계 지원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현행 제도에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다.
임상 실패 리스크, 정부 함께 부담해야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BIX2025에서 고 회장은 <블로터>와의 즉석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바이오 업계의 정책적 현실을 진단했다. 고 회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1월부터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직을 옮긴 현재까지 5년간 한국바이오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그는 주요인사(VIP) 투어에서 한국바이오협회장 자격으로 BIX2025 현장을 둘러봤다.
이날 그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바이오혁신토론회에서 제시된 업계 지원책 중 최우선과제는 무엇으로 보냐는 질문에 성공불융자를 언급했다. 고 회장은 "여러 가지 좋은 정책들이 많이 제안됐다"며 "임상을 지원할 때 성공불융자 같은 프로그램을 해주면 돈을 그냥 주는 것보다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성공불융자는 보건복지부가 신약개발 과정에서 실패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제도다. 정부가 임상 자금을 융자 형태로 지원하고 개발이 성공할 경우에만 상환하도록 하는 구조로, 실패 시에는 상환 의무가 면제된다. 정부가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함께 분담해주는 셈이다. 기존의 보조금 중심 지원 방식보다 재정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기업의 연구개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약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상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연구개발(R&D) 과정의 자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초기 임상 단계에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바이오 기업에는 피부에 와닿는 제도로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내년까지 성공불융자 모델을 마련하고 2027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쿼터제 도입으로 시밀러 처방 의무화
이날 현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 회장의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동안 논의돼온 의사 인센티브 제도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봤다. '처방 장려금'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국내 의료체계상 특정 의약품 처방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가 대중적 인식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쿼터제는 일정 비율 이상의 바이오시밀러를 의무적으로 처방·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료기관이나 의사가 동일 효능의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중 일정 비율 이상을 후발 의약품으로 채워야 하는 식이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약효군별로 50~90% 수준의 바이오시밀러 처방 비율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험 재정 지원이 제한된다. 프랑스·영국 등도 유사한 형태로 바이오시밀러 사용률을 관리하고 있다.
시장은 이 같은 제도가 단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절감,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 촉진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리지널 약 중심의 시장 구조를 완화해 약가 절감 효과를 내고, 남은 재원을 신약개발이나 환자 접근성 확대에 재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처럼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성장세를 보이지만 내수 비중이 작은 국내 환경에서는 쿼터제가 도입될 경우 시장 기반을 확대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인센티브 제도는 한국 제도상 어렵다"며 "의사에게 직접 보상금을 주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독일처럼 바이오시밀러 처방 비율을 일정 수준 의무화하는 쿼터제가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