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소송' ESK자산운용 "주문금액 기준으로 과징금 산정해야" [넘버스]
자본시장 사건파일
오스트리아 금융사인 ESK자산운용이 불법 공매도에 따른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우리나라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 변론이 종결됐다.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ESK자산운용 측은 호가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직접 낸 주문은 단 한 번뿐으로, 투자중개업자가 권한 없이 ESK자산운용의 위임 범위를 넘어 호가를 제출했다는 주장이다.
16일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ESK자산운용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2심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ESK자산운용 측은 "본사는 유럽에서 허용되는 매도위탁 방식인 GTC(Good Till Canceled)가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믿었으며, 실제로 주문을 한 번 냈다"고 주장했다. GTC 방식은 투자자가 매도위탁을 취소하거나 완전히 실행될 때까지 여러 영업일간 유효성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어 "문제는 투자중개업자가 ESK자산운용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매일 반복해 호가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ESK자산운용이 주문하지 않은 부분까지 법적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취지였다.
과징금 산정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ESK자산운용 측은 "관련법에는 공매도를 하거나 주문 위탁한 경우 공매도 주문 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라고 규정돼 있고, 자본시장법은 주문과 호가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며 "(이 사안에서는) 중개업자가 낸 호가를 근거로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중개업자가 반복 호가를 낸 데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 기일은 11월20일로 지정했다.
앞서 2021년 ESK자산운용은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만6436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해 7월 에코프로는 8월20일을 상장예정일로 정하고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의했으나, 직원의 실수로 상장예정일 전에 총 10만5744주가 시스템상 주문 가능 수량으로 표시됐다.
ESK자산운용은 8월4일 A증권사에 GTC 방식으로 10만5744주의 매도를 위탁했다. 이에 A증권사는 8월4~10일에 여러 차례 주식 매도호가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이 중 8월10일 오전8시30분에 낸 호가가 ESK자산운용과 A증권사를 연결하는 중개 업체의 실수로 취소돼 A증권사는 그날 오후 다시 같은 호가를 넣었다.
이후 증선위는 ESK자산운용이 이 기간에 주식 21만744주를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38억74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자 ESK자산운용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한다"며 ESK자산운용의 손을 들어줬다. 중개 업체의 실수로 취소됐다가 다시 호가가 제출된 3만5744주의 경우 ESK자산운용의 의무 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중개 업체의 실수로 중복 제출된 3만5744주를 제외한 17만5000주(21만744주-3만5744주)의 처분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