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보린 신화’ 넘을까…삼진제약 오너 2세들, 신약 라인업 확대 방점
국민 진통제 ‘게보린’을 개발한 삼진제약이 올해 ‘오너 2세’ 시대를 개막했다. 이 회사는 최지현(51)·조규석 사장(54)을 각자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 주력 품목인 게보린을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항암제와 비만치료제 등을 개발한다는 포부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약 개발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으나, 연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보린’ 등 상반기 매출 786억…안정적 수익 기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진제약의 ‘게보린’ 등 정제의약품 매출은 7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삼진제약 전체 매출의 54.04%에 달한다. 가파른 상승세는 아니지만 올해도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에는 게보린을 중심으로 한 정제의약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제의약품의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부문의 5년간 매출 추이를 보면 △2020년 1471억원 △2021년 1544억원 △2022년 1545억원 △2023년 1616억원 △ 2024년 1636억원으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연평균 성장률은 2.8%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중심에 오너 2세인 최지현·조규석 각자 대표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최지현·조규석을 각자 대표로 선임하면서 투톱 리더십을 구축했다. 특히 오너 2세들이 조직 내부에서 탄탄한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장자·장녀 승계가 아닌 실력 중심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이 회사의 공동창업주인 최승주 회장의 장녀다. 약 16년 동안 이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영업과 마케팅, R&D 등 사업 및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조 대표는 조의환 회장의 장남으로, 14년 간 회사에 몸담으면서 재무와 생산 등을 관리하고 있다. 삼진제약의 자금 운용과 투자 전략 등을 세우며 수익성과 안정적인 자금 운용 확보에 힘쓰고 있다.
자체 신약 개발 우선…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검토
삼진제약은 각자 대표 체제 하에서 매출 구조 다변화를 위한 신약 기반 포트폴리오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최근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항암제 및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삼진제약의 항암제 파이프라인 중 SJP1604(백혈병 치료제)와 SJP1803/1804(황반변성 치료제)는 임상 1상 단계에 진입했다. 이 밖에 총 14개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후보물질 탐색 등 신약 개발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 치료제가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삼진제약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암제 개발에 그치지 않고 20조원 규모에 달하며 빠른 성장세를 거듭하는 비만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 회사는 차별화를 위해 기존의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약물 개발이 아닌, GLP-1 계열 약물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기전의 병용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근육 보존과 장기 복용 시 안정성까지 고려한 차별화된 기전의 치료제 발굴을 목표로 한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혁신 신약 창출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삼진제약은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한 협력 연구를 병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 8월 발표한 나무ICT와의 비만치료제 공동 연구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다만 이 밖의 후속 파이프라인은 자체 개발을 우선 순위로 놓겠다는 설명이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나무ICT와 지난 8월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공식화했으나, 언론 보도 당시 양사의 연구는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며 "양사는 지난 4월부터 논의를 시작했으며, 삼진제약은 타깃 및 적응증 선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삼진제약은 듀얼페이로드 기반의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이중 항체 등 신규 모달리티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11.4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2.13%) 대비 0.69%p 감소한 수준이나 여전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