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올해 90억 분기배당…실적 악화·소송 악재 속 주주 약속 지켰다

2025-10-17     김나영 기자
메디톡스 본사 전경 / 사진 = 메디톡스 제공 

메디톡스가 올해 분기 배당 규모를 늘리며 주주환원 기조를 강화했다. 수익성 둔화와 소송 리스크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주가 하단을 지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이번 배당 규모는 회사가 제시한 중장기 배당 목표를 상회한다. 최근 대웅제약과의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의 행정소송까지 불거진 상황에서도 주주와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올해 분기배당 90억, 작년보다 6% 늘려

메디톡스 최근 5개년 분기배당 현황 / 자료 = 공시, 메디톡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회사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1200원, 상환전환우선주 1주당 2324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확정했다. 배당기준일은 9월30일이며 지급일은 오는 30일이다. 총 배당금은 89억1909만원으로 보통주 기준 시가배당률은 1.0% 수준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10년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매년 10월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1000원 안팎의 배당을 지급했고 2021년 수익성 개선을 위한 일시 중단기를 제외하면 적자 국면에서도 배당 흐름을 끊지 않았다.

특히 올해는 배당 총액을 89억원을 웃도는 규모로 확대하면서 전년 84억원 대비 약 5.9% 늘렸다. 이는 일시적인 영업외수익이 증가한 덕으로 해석된다. 회사의 올 상반기 이익잉여금은 전년 말보다 150억원 증가한 440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15억원으로 17억원 늘어나 배당 여력이 뒷받침된 모습이다.

이번 배당은 회사가 목표로 하는 주주환원 방침과도 부합한다. 메디톡스는 액면가(500원) 기준 연간 200% 수준의 분기 현금 배당을 매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분기 배당은 액면가 대비 240%에 해당하는 규모로 회사가 제시한 중장기 배당 목표를 상회했다.

메디톡스는 안정적 배당과 기업가치 제고를 병행하는 장기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사업 실적·투자계획·재무여건·경기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당 가능 이익 범위 내에서 전략적으로 배당 목표를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매년 시행하는 분기 현금배당은 액면가 기준 연 200% 수준의 배당을 기본선으로 삼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회사는 급격한 주가 변동을 완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 시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도 병행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배당정책과 자사주 취득 결정 시점은 회사의 재무 상황과 시장 여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송 리스크·수익성 하락 속 주가 부양 의지

이 같은 배당 확대 기조는 메디톡스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낸 조치로 풀이된다. 회사는 최근 투자심리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23년 9월 15일 31만6500원 수준이었던 메디톡스 주가는 이날 11만780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2년 새 약 63% 하락한 수치다. 2017년 7월13일 67만9934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83% 급락했다. 

주가 하락 원인으로는 주로 수익성 방어 실패가 꼽힌다. 올 상반기 메디톡스 매출은 1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0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한 11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9.4%로 1년 새 1.8%포인트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올 회사의 매출원가는 전년 98억원 대비 21.7% 뛰어올랐다.

소송 리스크 장기화도 실적 회복 기대감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현재 국내외에서 경쟁사와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비롯해 식약처와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 분쟁을 5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법적 공방이 누적되면서 회사의 판관비 부담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소송비용이 포함된 지급수수료가 전체 판관비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메디톡스의 판관비는 2022년 797억원, 2023년 1165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1187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와 전면으로 부딪히며 소송전을 시작한 것이 메디톡스의 주가나 실적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행정소송이 마무리되더라도 그간의 법무비용과 신뢰 훼손이 남아 있어 단기간에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