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결권자문사, 테슬라 주주들에 '머스크 1조달러 보상안' 반대 권고

2025-10-18     최경미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최대 1조달러를 지급하는 보상 패키지에 대한 의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반대 권고 의견이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제공=테슬라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고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기관주주서비스(ISS)는 테슬라 주주들에게 머스크의 보상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머스크의 보상안에 대해 이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이번 보상안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머스크가 회사에 머물게 하고 그의 시간과 관심을 테슬라에 집중시키려는 것이지만 실제로 이를 보장할 명시적 요구사항은 없다”며 보상안의 규모와 설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ISS는 테슬라가 머스크의 인공지능(AI) 회사 xAI에 투자하자는 제안에도 주주들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머스크가 주주들에게 이를 직접 제안할 것을 권한 뒤 이사회 투표 안건에 올라왔다고 언급하며 “이 요청 자체와 절차 모두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현재 테슬라 외에도 스페이스X, xAI,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 총 5개 기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주주들은 오는 11월 6일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보상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다.

지난달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가 향후 최소 10년 동안 재직하도록 전례 없는 보상 패키지를 제안했다. 보상안에 따르면 테슬라는 머스크에게 향후 10년간 12단계에 걸쳐 총 4억2000만여주의 주식을 지급할 수 있다. 보상을 모두 받으려면 머스크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8조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고 자동차, 로보틱스, 로보택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여러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보상을 받을 경우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은 최소 25%까지 올라갈 수 있다. 머스크는 앞서 트위터(현 X) 인수를 위해 상당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최대 주주다. 

ISS와 같은 의결권 자문사 주주들과 특히 패시브 펀드를 보유한 대규모 기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머스크의 보상안에 대해 반대표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3분의 2의 주주들은 당시 보상안을 승인했다.

지난해 델라웨어 법원은 머스크가 보상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사회의 이해 충돌 문제를 이유로 해당 보상안을 무효화했다. 이후 투자자들은 지난해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 보상안을 투표에 부쳐서 다시 승인했다. 또 테슬라 이사회는 지난 8월 머스크에게 약 300억달러 규모의 임시 보상안을 승인했다. 이는 원래 보상안이 복원될 경우 몰수된다.

머스크와 테슬라는 델라웨어 법원의 판결에 항소했고 지난 15일 법적 공방을 재개했다.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아니면 그 누구도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의 보상안에 대한 주주들의 찬성표를 모으기 위한 홍보 영상을 제작해 회사 X 계정뿐만 아니라 TV와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게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