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 임팩트]③ 위탁매매 강자 키움증권, '거래량'에 집중한 까닭

2025-10-20     조윤호 기자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 /사진 제공=키움증권

연말 시중금리 하락이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이 대응 전략에 고심하는 가운데, 키움증권은 거래량 관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금 이자수익은 다소 줄겠지만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 회전율이 높아질 경우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증권가는 금리 인하의 영향보다 투자심리 회복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bp(1bp=0.01%p) 하락한 2.5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은이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확산되며 단기금리의 경우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며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리보다 거래심리가 키움증권 실적의 핵심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위탁매매 부문이 전체 영업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증가했고 개인투자자 비중은 꾸준히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수탁자산 규모는 200조원을 넘어섰다.

금리 하락은 예탁금 이자수익 감소로 이어지지만 거래가 늘면 수수료 수익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예탁금 이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금리 하락에 따른 타격이 제한적이다.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체결 수수료, 신용융자 이자, 파생상품 매매수익 등이 동반 상승해 수익 구조가 탄력적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는 증권사 실적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통상 운용수익과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예탁금 이자수익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하락으로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확대와 기업금융 부문 수수료 회복이 기대되고 주식시장 자금 유입이 늘면서 거래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예·적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공모주, 레버리지 상품 등으로 분산될 경우 증권사의 거래 기반 수익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신용융자 잔고가 다시 12조원대에 근접하고 파생결합증권 발행 규모도 늘어나며 시장 거래 회전율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은 거래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전산 인프라 투자 규모는 300억원 수준으로, MTS·HTS 서버 교체와 보안 강화 프로젝트를 병행했다. 하반기에는 신규 주문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 처리 속도와 안정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 자동응답 기반의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해 고객 주문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금리 하락이 장기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예탁금 이익이 줄겠지만, 위탁매매 중심의 구조 덕분에 키움증권은 금리보다는 거래량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개인투자자 자금의 회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저금리 환경이 오히려 거래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2020~2021년 초저금리 구간에서도 키움증권은 위탁매매 수익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예탁금 이자수익이 줄더라도 거래대금 증가가 더 크게 나타나면 전체 실적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며 "키움증권은 금리 방향보다 투자심리 회복 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금리 하락이 이어질 경우 리테일 거래 활성화가 실적 반등의 핵심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