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발 범죄 여파, 은행권 확산되나…현지법인 계좌 동원 여부 '촉각'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대상 범죄의 여파가 국내 금융권으로 번지면서 이목이 쏠린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지 금융망과 국내 은행의 캄보디아 법인 계좌가 불법 송금이나 자금세탁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두고 거래 내역을 정밀 점검 중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신매매·감금 등 강력 범죄 연루 혐의로 국제 제재 명단에 오른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의 자금 약 912억원이 국내 금융회사의 현지 법인 계좌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는 △KB국민은행 566억5900만원 △전북은행 268억5000만원 △우리은행 70억2100만원 △신한은행 6억4500만원 등으로 파악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은행의 프린스그룹 거래 내역'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전북·우리·신한은행과 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이 프린스그룹과 총 52건, 1970억4500만 원 규모의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는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진출이 활발한 지역이다. 신한·하나·우리·KB국민은행 등은 현지에 법인이나 지점을 설립해 기업·소매금융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캄보디아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사안은 그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캄보디아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대형 기업집단이다. 그러나 최근 인신매매, 온라인 사기, 불법 감금 등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현재 미국과 영국 정부가 프린스그룹과 천즈 회장을 공동 제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캄보디아 범죄조직과 관련자들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연내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자금의 가상자산 세탁 실태를 집중 점검하는 테마 검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은행권 역시 자체 점검에 나섰다. 주요 은행들은 이미 프린스그룹 관련 자금을 동결한 상태이며, 국제 제재 준수 의무를 엄격히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강 의원은 "캄보디아 현지 정부와 협력해 범죄조직의 불법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동결 가능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정확한 실태 파악과 실효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