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규제안 분석] ④"민병덕 의원안, 분기 공시는 현실성 떨어져" [넘버스]
사모펀드(PEF) 규제를 강화하려는 입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법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는 이 중 민병덕 의원안에 대해 투명성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분기별 공시 의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PEF는 연간 투자 건수가 많지 않아 공시의 실효성이 낮고, 국내 펀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사모펀드의 공시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모펀드에만 적용하던 분기별 자산운용·영업보고서 제출 의무를 일반·기관전용 사모펀드에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사모펀드의 운용 내역과 재무 현황 공개를 면제하면서 투명성 부족이 지적돼 왔다.
블로터는 7개의 대형 법무법인(세종ㆍ광장ㆍ화우ㆍ바른ㆍ대륙아주ㆍ태평양ㆍ지평) 변호사들에게 사모펀드 규제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공모펀드 수준으로 의무를 부과하는 건 PEF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접근”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비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폐쇄형 시장(closed market) 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PEF의 특성상 운용현황을 매 분기 제출하도록 하면, GP(운용사) 또는 해당 PEF의 영업비밀과 투자전략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도 GP는 정관 등을 통해 집합투자재산에 대한 회계감사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산운용보고서에 포함하는 항목 대부분은 기준가격이나 매매회전율처럼 상장자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에 맞춰져 있다”며 “환매가 불가능하고 시가평가가 어려운 비상장 투자 중심의 PEF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일반사모집합투자기구는 집합투자재산이 수시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매 분기 영업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PEF의 경우 1년에 한 건에서 많아도 두 건 정도만 투자가 이뤄진다”며 “분기보다는 반기에서 연 1회 정도 제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민병덕 의원은 “현장의 부담을 고려하고 시장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보고 주기를 조정할 것”이라며 “중요한 건 단순히 ‘몇 개월마다 보고하느냐’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는 애초에 규제 목적과 보호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은 공모펀드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규제 장치를 두고, 사모펀드는 보호 필요성이 적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기본 틀”이라며 “PEF에 공모펀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근본적인 프레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 강화가 불필요한 비용 증가로 이어져 PEF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해외 펀드와의 역차별로 국내 PEF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내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지나치게 과도하고 부적절한 규제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사모펀드의 활동을 제약하려는 게 아니라 불투명성과 이해상충을 줄여 시장의 신뢰를 높이려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신뢰와 투명성이 확보돼야 700조원 규모의 사모펀드들이 순기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