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REV 논의 본격화…현대차 전략 영향 줄까[현장+]

2025-10-21     조재환 기자
피에르 밀레트(Pierre Millette)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조재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산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도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유럽도 EREV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EREV를 미국과 중국 시장 중심으로 판매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유럽이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설 경우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피에르 밀레트(Pierre Millette)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수입차협회(KAIDA) 3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유럽연합위원회에서 최근 EREV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35년 전기차 100% 판매만을 논의하던 단계에서 좀 더 타당한 옵션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로 EREV가 논의됐다”고 덧붙였다. ACEA 내부에서도 EREV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정책적으로 구체화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럽이 EREV 논의를 시작한 배경에는 전기차 점유율 확대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트 CTO는 “2035년까지 유럽 사회 내 전기차 점유율 100%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40%의 점유율이 필요하지만 전기차의 높은 가격 등으로 현재 유럽의 전기차 점유율은 약 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2023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데이서 EREV 도입 방안을 최초로 발표했다./사진=조재환 기자

 

유럽연합(EU) 국가 중 EREV 도입에 적극적인 곳은 독일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월 “EREV 차량은 2035년 이후에도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5년은 유럽이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 100% 전환을 예측한 시점이다. 그러나 유럽 교통환경연맹(T&E)은 메르츠 총리의 주장에 대해 “EREV는 실질적으로 내연기관차 수준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이러한 유럽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EREV를 북미와 중국 시장 중심으로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024년 서울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데이서 EREV 출시 계획을 최초로 밝혔고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데이서 “하이브리드, 전기차, EREV 등 친환경 신차를 2026년 대거 출시하겠다”며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도입과 후속 수소전기차(FCEV) 개발 등 지속적인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를 통해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2030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555만 대 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KG모빌리티도 지난 6월부터 EREV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7월 발간한 산업분석 특별호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엔진이 직접 구동에 관여해 일반 하이브리드의 연장선에 있다면 EREV는 배터리 전기차(BEV)의 연장선에 있어 운용 철학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차는 향후 중국 시장에서 지리, 체리 등 현지 브랜드와 EREV 기술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성공 가능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