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주주환원율 50% 초과 '유일'…자사주 매입 '조기 달성' 기대
KB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가속이 붙으면서 조기 목표 달성이 확실해 보인다. 최근 담보인정비율(LTV),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KB금융 주가는 횡보했고, 이 같은 상황에 선제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동시에 KB금융은 주요 계열사에서 배당금을 받아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고, 부족한 배당가능이익 때문에 내년 초로 넘겼던 19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다.
22일 KB금융에 따르면 21일까지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예정분 6600억원 가운데 3170억원 규모의 매수를 마치고 향후 남은 3430억원을 집행한다. 자사주 매입 종료일이 1월9일인 점을 고려하면 남은 기간 하루에 62억원씩 집행하는 셈이다.
자사주 매입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7월 말부터 매일 4만주씩 매수하다 9월부터 5만주로 늘렸고 10월 들어서는 7만주로 확대했다. 이에 하루 자사주 매입 금액은 10월부터 8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남은 자사주 신탁계약 기간을 감안하면 4분기 중 매입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 평균 매입으로 계산하면 3분기 대비 40%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이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과징금, 교육세 등을 둘러싼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횡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8배로 저평가돼 있어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효과가 큰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앞서 KB금융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에 맞춰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주가가 PBR 0.8~1.0배에 도달하면 현금배당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우선 주가를 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자사주 매입은 계획보다 빠르게 끝날 공산이 크다. 상반기에도 예정보다 일찍 마치며 주주환원 의지를 증명한 바 있다. 더욱이 KB금융 주가가 올해 꾸준히 상승 추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KB금융은 상반기 자사주 매입을 7월24일까지 마치겠다고 공시한 후 한달 정도 앞당긴 6월24일에 이를 마무리했다.
한편 KB금융은 계열사로부터 중간배당을 받아 배당가능이익을 늘리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올해 배당가능이익 2조7868억원을 소진해 19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내년으로 넘겼기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자본 규제가 바뀌는 등 불확실성이 커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KB국민카드도 건전성 개선과 성장기반 확보를 이유로 13년 만에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아 중간배당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KB금융은 4대금융(국민·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주주환원율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의 2025회계연도 주주환원 금액은 현금배당 1조3400억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각각 8200억원, 8500억원(내년 초 집행분 1900억원 포함)을 더한 3조100억원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연중 분할해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외부 시장의 충격이 있을 경우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며,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