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참호 구축' 논란…신한금융 CEO 인선과 대조, 이유는?

2025-10-23     류수재 기자
(왼쪽부터)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이미지 제작=류수재 기자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승계절차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로 떠오른 가운데, 차기 회장 인선에 돌입한 신한금융그룹과 BNK금융그룹의 행보가 대조를  이룬다.

신한금융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범관행에 맞춰 선제적이고 투명한 사례로 평가받는 반면 BNK금융은 짧은 공모기간을 둘러싼 '깜깜이 인선', 내부 출신을 우대하는 이른바 '참호 구축'  논란에 휩싸였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이례적인 공개 질타와 수시검사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과 BNK금융이 각각 회장 선임 과정을 밟고 있다. 이에 이들의 행보가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NK금융은 현재 절차의 공정성 문제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1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지만, 12일이 지난 13일 오후 늦게 외부에 알린 것이 시발점이다. 특히 후보자 접수 마감일이 16일이었으나 추석연휴를 포함하면 외부 후보자에게 주어진 준비기간은 영업일 기준 4일에 불과했다. 

이는 외부 후보자의 공정한 경쟁 참여를 사실상 원천차단하는 조치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특히 빈대인 현 회장의 첫 선임 당시 약 2개월에 걸쳐 체계적인 절차를 진행했던 선례와도 정면배치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문제가 있으면 수시검사를 실시해 바로잡겠다"며 BNK금융을 정조준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CEO가 이사회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 지배력을 강화하는 '참호 구축' 행태를 맹비난했다. BNK금융 사외이사가 빈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와 달리 신한금융의 CEO 인선 절차는 '교과서'라는 호평이 나온다. 일찌감치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9월26일부터 가동한 데다 관련 내용도 당일 공개했다. 또 임기만료 6개월 전부터 절차를 시작해 충분한 검증기간을 확보했다. 금감원이 권고하는 모범관행(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보다 3개월이나 더 앞당긴 셈이다.

신한금융의 투명성은 앞선 사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2019년 회장 선임 당시 12월4일 현 회장을 포함한 다양성 있는 5인의 쇼트리스트를 확정해 발표했고, 12월13일 최종 후보를 선정하며 숙려기간을 보장했다. 2022년 말 진옥동 현 회장을 선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신한금융과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 비교표 /그래픽=류수재 기자

신한금융이 호평을 받는 또 다른 배경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다. 신한금융은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서 이사회 산하 회추위 위원장 직속으로 독립적인 '회추위 사무국'을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신설했다. 사무국은 후보 심의, 운영 지원,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을 전담하며 현 경영진의 영향력으로부터 승계절차를 완전히 분리하는 핵심적인 제도다. CEO 역시 후보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에서 회추위 구성과 운영원칙을 명문화했다. 회추위는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최종 후보 선정 때 사외이사 모두가 참여한다. 외부 후보군도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원칙으로 삼아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을 방지한다.

업계는 신한금융과 BNK금융의 사례에 대해 금감원이 2023년 12월 발표한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적용했을 때 더욱 차이가 난다고 해석한다. 모범관행은 △경영승계 절차 조기개시 △절차의 투명한 공개 △외부 후보에 대한 공정한 평가 기회 등이 핵심 원칙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지주 모범관행 강화를 천명한 것은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연임 관행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과 BNK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NK금융 측은 차기 회장 인선과 관련한 여러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