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금융 차기 CIO, 내부 승진자 나올까 [넘버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개편 논의가 일단락되면서 이제 벤처캐피탈(VC)과 프리이빗에쿼티(PE)업계의 관심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의 차기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사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본시장에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성장금융의 주요 업무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내부 인사를 CIO로 임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성장금융의 주요 주주는 △한국거래소 19.7% △한국예탁결제원 19.7% △한국금융투자협회 19.7% △한국증권금융 19.7% △산업은행 8.7% △기업은행 7.4%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4.8% 등이다. 대부분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는 공기업들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성장금융은 지난 3월말 조익재 전 CIO(전무)가 회사를 떠난 이후 7개월 가까이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조 전무의 빈자리는 장철영 혁신금융실 실장이 CIO 대행을 맡아 메우고 있다.
앞서 지난 8월말에는 성장금융의 경영기획과 인사, 재무, 홍보, 공시, 경영지원 등을 총괄하는 이상호 경영기획본부장(전무)도 임기 만료로 퇴사했다. 이 전무의 후임으로는 노해성 성장금융실장이 임명됐다. 다만 이 전무의 퇴임으로 자리가 비워진 사내이사는 여전히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여기에 성장금융 허성무 대표도 지난 8월말 3년간의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속 인사가 나오지 않아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성장금융의 주요 경영진 인사가 중단된 것은 금융위원회의 조직개편 논란이 불거지며 허송세월한 탓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를 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넘기는 이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하지만 감독기관의 ‘옥상옥’ 논란과 독립성 저해,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불거지면서 개편안은 백지화 됐다.
조직 축소의 위기를 넘긴 금융위원회는 성장금융의 후임 인사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내이사 3명 중 2명의 공백이 발생했고 나머지 1명(허성무 대표)도 이미 임기가 만료된 만큼 연내 관련 공고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상은 CIO다. 2016년 2월 설립한 성장금융은 운용펀드 약정액 9조8000억원, 출자펀드 500개 이상, 출자펀드 결성액 46조3000억원, 투자기업 수 4060개 등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성장금융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VC와 PE 숫자가 100여개에 달할 정도다. VC와 PE 입장에서는 출자사업을 총괄하는 CIO에 누가 앉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CIO 대행을 맡고 있는 장철영 실장의 승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장 실장이 그동안 다수의 출자사업을 진행하면서 양호한 성과를 보여줬고 운용사(GP) 관리 능력도 뛰어났다는 평이다. 업계와의 소통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 실장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성장금융을 거치면서 정책 모펀드 운용경험이 17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라며 “당장 CIO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고 전문성도 높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성장금융이 과거, 내부인사를 승진시킨 사례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성장금융은 2019년 CIO에게 사내이사 직을 부여한 뒤 서종군 전무를 해당 자리에 임명했다. 서 전무는 2013년 결성한 성장사다리펀드에 이어 성장금융에서 4년간 투자운용본부장을 지낸 내부인사 출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성장금융 설립의 산파 역할을 할 정도로 내부사정을 잘 아는 만큼, 이번 인사에는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승진자의 장점이 더 부각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며 “성장금융이 그동안 대표를 제외하면 외부 영입인사를 1명으로 유지해온 만큼 CIO를 내부 승진시킬 경우 경영기획본부장은 외부에서 데려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