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항로 다시 짠다…'100년 비전' 7대 전략에는 무엇이 담겼나
한진그룹이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항로를 제시했다. 창업주와 선대회장이 기틀을 잡은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을 계승하고 인공지능(AI), 우주, 이커머스, 미래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종합모빌리티 그룹으로 전환하기 위한 7대 미래 전략을 공개하면서다.
한진그룹은 23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창립 8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조원태 회장은 인사말에서 "1945년 11월 한진상사 창업으로 시작된 한진그룹의 역사는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사명을 담고 있다"며 "창업주 회장이 이뤄낸 수송보국 경영철학의 기틀과 선대회장의 헌신으로 새로운 물류의 길을 끊임없이 개척해왔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사랑과 신뢰 덕분이라는 감사 인사도 전했다. 조 회장은 "고객의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는 한진그룹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며 "수송의 본질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임을 생각하며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고 고객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전 2045' 선포, 그룹 100주년 향한 7개 비전
이날 행사에서 조현민 한진 사장은 그룹의 장기 미래전략인 'VISION 2045'를 발표했다. 그룹이 80년간 쌓아온 도전과 혁신 DNA를 계승해 세계가 인정하고 사랑받는 한진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조 사장은 발표에 앞서 '시간 단축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라는 조중훈 창업주의 어록을 상기시켰다. 이어 주력사업인 항공운송을 비롯해 △항공우주 △미래모빌리티 △이커머스분야를 아우르는 종합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전략은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이외에도 △AI 기반의 초자율화(Hyper-Autonomous Logi-Tech)를 통한 물류기술 혁신 △우주물류 솔루션 구축 △정보기술(IT) 역량 및 첨단 AI기술 기반의 물류 시즈템 구축 △관광·호텔·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의 부가가치 창출 △인재 및 물류 전문가 양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대 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종합물류 그룹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조 사장은 “한진그룹은 자산 58조원, 매출 31조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42개 계열사와 전 세계 4만명 이상의 임직원이 함께하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이어 "80년 전 창업주의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출발한 한진그룹은 이제 다가올 100년을 향해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새 CI에 담긴 의미 '세계를 더 나은 미래로'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새 비전 슬로건과 그룹 CI를 공개했다.
새 슬로건은 '세계를 더 나은 미래로 움직인다(Moving the world to a better future)'다. 조 사장은 "수송의 본질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일"이라며 "혁신으로 인류의 더 나은 삶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그룹 CI는 창업주가 만든 'H'마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한진그룹의 상징인 H마크와 영문명 'HANJIN GROUP', 대한항공의 신규 CI인 태극마크를 나란히 배치했다. 특히 기존 H마크를 재해석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의지를 담았다.
디자인은 단선으로 구현해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표현했다. 한진그룹의 상징인 블루 계열은 유지하되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글로벌 영향력과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부각했다. H를 표현한 부드러운 상승 곡선은 유연성과 역동성을, 이를 둘러싼 개방된 원형 디자인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열린 태도와 협력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류경표 부회장은 발표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는 그룹의 매출을 2배 확대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류 회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매출 더블업을 향해 달려가겠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이 새로운 분야에 계속 진입하고 그에 따른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최소한 두 자릿수가 나와야 좋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