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사람들] 그룹 ‘재무통’ 조영철 부회장, 정기선 체제 든든한 ‘조력자’

2025-10-24     김수민 기자
경기 성남시의 HD현대 신사옥 글로벌R&D센터 /사진 제공=HD현대

 

HD현대그룹이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사장)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HD현대의 대표로 내정했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부회장단 체제를 부활시키고 지배구조 안정화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HD현대그룹은 지난 17일 '2025년 인사'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함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24일 밝혔다. 올해 인사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앞두고 조직의 혼선을 줄이면서 합병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단행됐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부회장단이 약 2년 만에 부활했다는 점이다. HD현대그룹은 2023년 12월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부회장),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대표(부회장)가 용퇴한 뒤 정기선 수석부회장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인사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조 부회장과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사장)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회장은 HD현대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부터 HD현대중공업, 최근에는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대표까지 역임하면서 그룹 내 굵직한 이슈를 두루 챙겼다. 권오갑 명예회장의 측근으로 현재 HD현대 지배구조가 갖춰지기까지의 변곡점마다 재무라인의 중역으로서 실무를 담당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조 부회장은 1961년생으로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현대중공업 벨기에법인 관리부장, 현대중공업 재정부장을 거쳐 2010년 현대오일뱅크 재무부문장(상무)에 올랐다.

2010년은 현대중공업이 HD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해다. 당시 HD현대오일뱅크 대표는 권 명예회장이 맡았다. 조 부회장은 재무부문장으로서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개선을 이끄는 한편 권 명예회장을 보좌했다. 이후 2012년 HD현대오일뱅크 경영지원본부장(전무)으로 승진했다.

조 부회장은 2014년 말 권 회장과 함께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새롭게 출범한 그룹기획실 산하 경영분석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으로 일했다. 그룹기획실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비주력 계열사 매각,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등을 이끌어냈다. 재계에서는 이를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 등장하기 위한 밑작업이었다고 해석한다.

HD현대그룹은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를(HD현대인프라코어) 8500억원에 인수하며 건설·기계 사업 확장에 나섰다. 조 부회장은 한국조선해양의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권 명예회장, 정 회장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를 주도했다. 이후 건설부문 중간지주사로 출범한 현대제뉴인(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대표를 맡아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담당했다. 조 부회장은 내년부터 HD현대의 대표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모습도 나타났다. 조 부회장은 권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권 명예회장이 정 회장의 경영승계를 지원했다면 조 부회장은 정 회장의 파트너로서 HD현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후 안정화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HD현대는 전문경영인인 권 명예회장과 오너 3세인 정 회장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됐다. 이번 인사로 정 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가 완성되면서 재무통인 조 부회장이 경영 실무를 지원하는 체제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부회장은 HD현대그룹의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 모든 계열사에서 활동해온 만큼, HD현대그룹의 전반적인 현안에도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HD현대그룹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통합,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조 부회장은 지주사에서 정 회장과 함께 해당 작업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의 남은 지분 승계도 과제다. 정 회장이 그룹의 경영을 운영하는 체제를 갖췄지만, 아직 지분상으로는 정몽준 아산재당 이사장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현재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율은 26.6%, 정기선 회장의 지분율은 6.12%다. 승계를 위해서는 향후 배당을 통한 지분 매입이나 증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작업 또한 조력자이자 재무통인 조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