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M&A 나침반] 근로관계 승계 법리와 대응 전략

2025-10-27     황현욱 기자

M&A와 근로관계

기업간 인수합병(M&A)을 통해 지분과 자산에 대한 인수와 재구조화라는 결과가 만들어지는데, M&A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인수와 재구조화라는 결과물을 넘어서 기업 활동과 경영의 연속성 확보를 통해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철학을 비롯해 고객과 브랜드, 회사가 보유한 기술 등은 사람과 조직의 축적 그리고 학습을 통해 유지될 수 있는데 M&A 거래 구조가 달라지면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에게 미치는 법률 효과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의 연속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지게 되고, 이 차이가 곧 M&A 거래의 성패로 이어지게 된다. 

합병은 상법이 예정한 포괄승계 구조로서 법인의 동일성을 바꾸면서도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 시킨다. 회사 분할은 사업을 나누되 분할 계획에 따라 신설회사로 권리와 의무가 포괄 승계된다. 반면, 영업양도는 형식이 아닌 실질 판단을 통해 동일성을 유지하는 영업 일체의 이전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포괄승계 법리가 적용된다.

자산 인수는 특정 자산의 이전이므로 원칙적으로 고용관계 승계를 수반하지 않지만, 이전된 요소들의 결합이 사실상 영업의 동일성을 만든다면 영업양도에 준하는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 

합병·분할의 포괄승계에 관해서는 상법에 명문의 조항을 두고 있는 반면, 영업양도 및 자산양도 등의 근로 관계는 주로 판례에 의해 정교화돼 왔다는 점도 실무적으로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법리 하에서 △해고 제한 △경영상 해고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제한 등이라는 별도의 통제 장치를 둬 M&A에 따른 승계로 인해 각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아래에서는 상법과 근로기준법 등의 법리 하에 △주식인수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자산양수별 고용승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M&A시의 근로관계 승계 관련 법리 체계

합병과 분할은 상법상 권리·의무의 포괄승계를 예정한다. 합병의 효과에 관한 상법 제235조에서는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가 소멸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한다.


상법 제235조(합병의 효과) 합병후 존속한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된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회사분할과 분할합병의 효과는 상법 제530조의10에서 규율하고 있고, 분할 관련 채무에 관해서는 상법 제530조의9에서 연대책임 등 채권자 보호를 병행한다.


상법 제530조의10(분할 또는 분할합병의 효과)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

상법 제530조의9(분할 및 분할합병 후의 회사의 책임) ① 분할회사,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분할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분할회사가 제530조의3제2항에 따른 결의로 분할에 의하여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단순분할신설회사는 분할회사의 채무 중에서 분할계획서에 승계하기로 정한 채무에 대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분할회사가 분할 후에 존속하는 경우에는 단순분할신설회사가 부담하지 아니하는 채무에 대한 책임만을 부담한다. ③ 분할합병의 경우에 분할회사는 제530조의3제2항에 따른 결의로 분할합병에 따른 출자를 받는 분할승계회사 또는 분할합병신설회사가 분할회사의 채무 중에서 분할합병계약서에 승계하기로 정한 채무에 대한 책임만을 부담하는 것으로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제2항 후단을 준용한다. ④ 제2항의 경우에는 제439조제3항 및 제527조의5를 준용한다.


합병 및 분할, 분할합병 시에는 위와 같이 근로관계가 포괄승계 되며 이로써 근로관계는 포괄적으로 이전되고 원칙적으로 근로자 개별 동의는 승계 과정에서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근로관계가 승계된 이후 근로조건을 변경하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고 있고, 제24조에서는 경영상 해고에 대한 요건을 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M&A 유형별 고용관계 승계 법리 및 대응 전략

가. 주식 인수 

주식 인수는 피인수회사가 소멸하지 않고 동일하게 존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사용자(회사)가 변경되지 않는다. 피인수회사의 근로자들을 기존과 동일하게 근로관계가 유지돼 존속하게 되고, 이 구조에서 쟁점은 근로 관계의 승계가 아니라 주식 인수 방식의 M&A 종결 이후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과정에서 근로 관계의 불이익한 변경과 구조조정의 적법성이라 볼 수 있다. 

인수 직후 △임금체계 △성과평가 △복리후생 등 취업규칙 요소를 통합하려면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된다. 상법 제94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피인수기업의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그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 그 노조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주식 인수 방식의 M&A에서는 당연히 근로 관계 승계에 대해서는 정할 필요가 없다. 실무적으로는 주식 인수 계약서에 인수 후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내용 및 근로 조건 보호에 대한 내용(인수 전 근로 조건에 대한 최소 유지 기간, 특정 복리후생의 일정 기간 보장) 등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많다.

나. 합병 및 분할

합병은 상법 제235조에 따라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다. 합병으로 존속하거나 신설되는 회사가 소멸회사의 권리·의무를 일괄 승계하므로 근로관계는 개별 동의 없이 자동 이전된다.

다만 이러한 근로 관계의 승계가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아니다. 합병 이후 인력 중복이나 사업 재편을 이유로 감원을 추진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라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객관적 자료로 소명하고, 배치 전환·채용 억제·희망 퇴직 등 해고회피 노력을 실질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해고 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가 있지 않으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 요건을 충족하지 않게 되고 결국 정리해고는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합병 전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은 사업의 계속성이 인정되는 한 합병 후에도 그 효력이 유지된다.  

한편, 분할·분할합병은 상법 제530조의10에서 합병과 동일하게 근로관계의 포괄 승계를 정하고 있다. 즉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승계회사 △분할합병신설회사는 분할회사의 권리와 의무를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계약서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승계한다.

다만, 대법원 판례는 분할이 해고 제한 회피 수단으로 남용될 여지를 경계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 왔다. 

대법원은 "회사 분할에 따른 근로관계의 승계는 근로자의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경우에 한해 허용되므로, 둘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의 분할에 따라 일부 사업 부문이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경우 분할하는 회사가 분할계획서에 대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기 전에 미리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 회사 분할의 배경, 목적 및 시기, 승계되는 근로관계의 범위와 내용, 신설회사의 개요 및 업무 내용 등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그 승계되는 사업에 관한 근로관계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라도 신설회사에 승계되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회사의 분할이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을 회피하면서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는 근로관계의 승계를 통지 받거나 이를 알게 된 때부터 사회 통념상 상당한 기간 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근로관계의 승계를 거부하고 분할하는 회사에 잔류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회사 분할 시 근로관계의 승계를 위한 요건을 명시적으로 확인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4282 판결).

다. 영업 양수도 및 자산 양수도

영업 양수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1991. 8. 9.자 선고 91다15225 판결 등에서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양도인과 근로자 간에 체결된 고용계약도 양수인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후 판례는 영업의 일부 양도에도 동일한 원리를 적용하고 영업의 동일성 여부를 형식이 아닌 실질에 따라 판단해 왔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영업의 동일성 여부는 일반 사회관념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할 사실인정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문제의 행위(양도계약관계)가 영업의 양도로 인정되느냐 안되느냐는 단지 어떠한 영업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예컨대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는 되지 않는 반면에 그 일부를 유보한 채 영업시설을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종래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사회관념상 인정되면 그것을 영업의 양도라 볼 것이다"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680 판결).

또한, 대법원은 "근로자가 영업양도일 이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경우 양도인과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여전히 유효하고, 해고 이후 영업 전부의 양도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해고된 근로자로서는 양도인과의 사이에서 원직 복직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므로, 영업양도 계약에 따라 영업의 전부를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 받는 양수인으로서는 양도인으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영업 전부의 양도가 이루어진 경우 영업양도 당사자 사이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근로관계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나, 그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또 다른 해고나 다름이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유효하고, 영업양도 그 자체만으로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영업 전부가 동일성을 유지하여 이전되었다면 양수인이 그 근로관계를 원칙적으로 승계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대법원 2020. 11. 5. 선고 2018두5470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