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투자파일] 자회사 대상 유상증자 실시…에이비엘바이오 신사업 투자

2025-10-27     이승준 기자
/사진=에이비엘바이오,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해 유상증자로 확보한 1400억원의 일부를 미국 자회사에 투자했다. 미국 자회사 네옥 바이오에 420억원을 출자하며 전환우선주 형태로 초기 연구개발(R&D) 자금을 송부한 것이다.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의 임상 본격화를 위한 투자로, 모회사가 보유한 투자금이 다시 R&D를 위해 이동한 모습이다.

 

유상증자 활용한 '내부 유동성 운용'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9월26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100% 자회사 네옥 바이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의했다. 출자금액은 420억원이며 취득 주식은 전환우선주 형태다. 해당 주식은 1대 1 비율로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며, 이익배당과 잔여재산분배 우선권이 부여돼 있다. 회사는 이번 자금이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 ABL206과 ABL209의 임상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외부 자금조달이 아닌 '내부 유동성을 활용한 자금 운용 전략'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매출 779억1000만원, 영업이익 116억9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이뤄낸 직후 결정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현금의 일부를 자회사 R&D비로 재배치한 셈이다. 내부자금으로 전환우선주를 인수해 임상 자금을 직접 공급한 점에서 수익성 개선 이후에도 R&D 투자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내부 메자닌 출자 자체가 가격 검증과 감시 공백을 키운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단독 출자는 밸류에이션과 조건(우선권·전환권)의 객관적 검증(가격 발견)이 상장 기업 보다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회사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현금 투입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만큼, 모회사 투자 판단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한다. 더군다나 공시에는 규정에 따라 공개되어야 하는 기본 사항들만 공개되기에상환·배당률·보호조항·전환가조정(리픽싱) 등의 세부정보가 있을 시에는 확인하기 어렵다.

 

미국 1상 착수 자금으로 활용

이번에 조달되는 420억원은 미국 1상 임상 착수를 위한 선투입 자금이다. 회사는 외부 자금 유치보다 내부 자금 집행을 통해 임상 일정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ABL206과 ABL209가 모두 초기 임상 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어,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임상, 제조, 규제 절차를 병행해 초기 데이터 확보 시점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자금은 1상 진입 준비 과정과 1상 진행에 배정된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진행 중인 독성시험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임상용 시약 생산과 품질검사가 진행 중이다. 네옥 바이오와 미국 현지 임상대행사(CRO)와의 계약도 이미 완료된 상태로, 병원(IRB) 승인 및 초기 환자 등록 절차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실험실 데이터를 실제 환자 투여 단계로 전환하기 위한 현장 자금으로 쓰인다.

이번 구조는 자회사 네옥 바이오가 ABL206 및 ABL209의 임상 개발과 승인 등을 포함한 규제 절차를 전담하고, 모회사는 자본을 공급하는 형태다. 미국 법인에서 개발을 직접 진행하면 FDA 승인 절차와 현지 네트워크 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비용과 리스크를 자회사 단위로 분리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전환우선주 형태의 출자는 자회사 자본을 확충하면서 모회사 의결권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이중항체 ADC는 기존 단일항체 ADC보다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달리티"라면서도 "이중항체 ADC 시장은 아직 승인받은 약물이 없는 초기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네옥 바이오가 임상 진행을 위한 준비를 마친 만큼 빠르게 이중항체 ADC 개발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ABL206과 ABL209 외 다른 차세대 ADC 파이프라인에 대한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R&D를 통해 차세대 ADC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임상 전환 속도가 관건

업계의 관심은 이번에 출자된 자금을 바탕으로 임상을 얼마나 빠르게 진행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ADC는 항체·링커·페이로드의 결합 공정이 복잡해, 초기 수율과 품질 확보가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결국 자금 집행 속도보다 기술 완성도가 임상 개발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것이다.

투자 효율성 역시 남은 과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68.7%에 달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네옥 바이오가 자체적으로 인수합병(M&A), IPO 등을 포함한 활동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 상업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내부 현금 소진 속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사업 모델이 R&D에 기반을 둔 만큼 연구개발 투자가 향후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는 이번 출자를 임상 성과와 재무 유동성 관리라는 두 축을 동시에 시험하는 결정으로 보고 있다. 내부 자금 활용이 연구개발 중심의 전략적 판단인지, 혹은 재무적 유동성 관리의 일환인지는 향후 실적에서 가늠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실제 임상 추진력과 자금 효율성 두 측면 모두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회사 측은 내부 유동성 활용이 단순한 재무 운용이 아니라, 미국 현지 자회사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의 M&A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새로운 개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지난해 7월에 이중항체 ADC를 포함한 차세대 ADC를 개발하기 위해 1400억원 규모의 유증을 했었다"면서 "미국에서 이중항체 ADC의 임상 개발을 전담할 자회사를 세우는 것도 차세대 ADC 개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기술이전 수익으로 인한 매출을 네옥 바이오에 보낸 것이 아니라, 지난해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한 것이다.네옥 바이오를 설립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유증 당시부터 계획에 있던 사항"이라며, "네옥 바이오는 투자금을 ABL206 및 ABL209의 임상 개발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미 현지 CRO와 임상 1상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