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율주행] 운전대 없는 ‘로이’ 셔틀 타보니…차 끼어들면 양보 우선
운전석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는 끼어드는 차량이 발생할 경우 최대한 양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대에도 투입된 로이의 부품 국산화율은 96%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 국내 자율주행 유상 운송의 상징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7일 서울 청계광장 일대에서 일반 승객들과 함께 로이를 탑승했다. 탑승 가능 인원은 안전 담당자를 포함해 모두 9명이며, 승객이 모두 안전벨트를 매야 운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로이 차체 부품 중 라이다·도어·유리를 제외한 96%가 모두 국산이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가 만든 18인치 크루젠 GT 프로가 장착됐으며 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셀(48X) 4032개가 탑재됐다.
삼성SDI는 3월 인터배터리 2025 현장에서 “로이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강남역까지 5㎞ 구간을 왕복 10회, 200㎞ 주행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패턴으로 매일 왕복 운영 시 약 8.2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최근 로이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24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2023년 10월 대구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에서 최초 공개된 로이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 다만 어린이보호구역이나 예기치 못한 도로 주행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차량 안전 담당자가 직접 수동 주행을 한다. 수동 주행 시에는 게임에 주로 사용되는 조이스틱을 활용한다. 차량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안전하게 수동 주행한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로이는 시속 40㎞까지 운행할 수 있지만 청계천 일대의 최대 주행 가능 속도는 시속 30㎞다. 자율주행 모드일 때 로이는 속도를 조정하면서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 여부를 주의 깊게 살피며 주행했다. 특히 갓길에 정차한 차량을 빠르게 감지하고 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호 구간 진입 시 부드럽게 정차하는 것도 돋보였다.
회차 구간에서는 승객들뿐만 아니라 안전 담당자도 긴장한다. 끼어드는 차량이나 불법 주정차 차량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 담당자는 “만약 좌·우측에서 끼어드는 차량이 발생할 경우, 시스템이 끼어드는 차량이 먼저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로이는 46가지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며 서울 청계천과 경주 APEC 정상회의 일대에 투입됐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로이가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 성능 인증을 받으면, 이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로이가 대중교통 사각지대 해소와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로이는 불법 주정차 대응과 실내 편의사양 개선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자동차나 자전거 등이 통행을 막을 정도로 주차할 경우, 로이는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고 안전 담당자가 수동 주행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일부 좌석의 안전벨트 길이가 짧아 다양한 체형에 맞는 안전벨트 개발도 필요해 보였다.
이날 탑승에는 총 4명의 외국인이 함께했다. 차량 안전 담당자는 스마트폰의 통역 기능을 활용해 차량의 전반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시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을 방문하는 단체 외국인 여행객들의 로이 셔틀 탑승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최근 로이 셔틀을 개별적으로 탑승하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 서비스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 외국인 손님의 경우 영어가 가능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직원이 탑승해 차량 설명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별적으로 탑승을 희망하는 외국인 손님이 늘고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로이 셔틀은 서울시내에서 ‘청계A01’ 노선으로 운행되고 있다. 청계A01 노선은 △청계광장 △청계3가(세운상가) △청계5가(광장시장) 등을 오가며 왕복 거리는 4.8㎞다. 승하차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하지만 요금은 당분간 무료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