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M&A]① '수제맥주 대명사' 세븐브로이, 곰표의 '흥망성쇠' [넘버스]

2025-10-28     황현욱 기자
사진 제공=세븐브로이, 이미지 제작=황현욱 기자

곰표 맥주로 알려진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맥주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후 인가 전 인수합병(M&A)를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세븐브로이는 2020년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하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상표권 분쟁의 여파로 급격히 추락해 결국 법정관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수제맥주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 부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인가 전 M&A 추진 허가 승인을 받았다. 이번 거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토킹호스는 조건부 인수자를 미리 정한 뒤 공개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인가 전 M&A는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 회생계획 인가 전에 M&A를 추진하는 것으로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세븐브로이의 시작은 2003년 서울역 민자역사 내에 문을 열었던 맥주 전문점 트레인스 하우스맥주다. 이후 법인 설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 최초의 에일맥주 세븐브로이 IPA를 비롯해 다양한 수제맥주를 출시해왔다.

전성기는 2020년 대한제분과 손을 잡고 곰표 밀맥주를 출시하면서 찾아왔다. 곰표 밀맥주는 출시 이후 약 3년간 누적 판매량이 6000만캔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열풍으로 2019년 적자를 냈던 세븐브로이는 2021년 매출 402억원, 영업이익 119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제맥주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3년 3월 대한제분과의 곰표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면서 세븐브로이는 주력 제품을 잃었다. 더 나아가 곰표 밀맥주의 제조사가 세븐브로이에서 한울앤제주(제주맥주)로 바뀌면서 타격이 더욱 커졌다.

이후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은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곰표 밀맥주 제조법을 제주맥주에 유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위기를 느낀 세븐브로이는 자체 브랜드인 '대표 밀맥주'를 선보였다. 종전 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의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제조업자개발생산 제품이다. 이 밖에도 하이볼과 논알코올 맥주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그러나 매출 반등에는 실패했다. 세븐브로이의 지난해 매출은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91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2022년 말 105.5%였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31.9%로 상승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3077.4%까지 치솟았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을 뜻한다. 부채비율이 3000%를 넘는다는 것은 부채가 자본의 30배를 초과한다는 얘기다.

현재 세븐브로이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사유에 대한 개선 기간 1년을 부여받은 상태다. 세븐브로이는회생 절차를 통해 우발채무와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향후 10년간 영업활동 자금과 자산 매각을 통해 회생채무를 모두 변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회생 기업으로써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는 주관사를 선정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 중"이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