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모니터] 대한유화, 감가상각 감소·가동률 상승 '턴어라운드 조합'

2025-10-28     김수정 기자

설비통폐합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재무현황을 짚어봅니다.

온산공장 전경./사진=대한유화

 

대한유화는 작년부터 감가상각비 부담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시장에선 신규 투자가 마무리된 데 따른 일시적 착시 효과가 아닌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한 신호로 보고 있다. 신규 자본적 지출(CAPEX) 억제와 동시에 가동률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줄었지만 수요 확대로 설비 가동이 늘어나는 흐름은 턴어라운드 국면의 전형적인 조합으로 평가된다. 

 

투자 사이클 끝나며 부담 완화…가동률 동반 상승

올해 상반기 대한유화 석유화학 부문 감가상각비는 844억원으로 매출 대비 5.9%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4% 수준임을 감안하면 1년 새 부담이 완화된 셈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감가상각비 비중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2023년 7%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6% 초반까지 비율이 떨어졌다. 

감가상각비는 실제 현금이 유출된 것은 아니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영업손익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대한유화의 경우 감가상각비가 줄고 있어 손익 개선에 유리한 상황이다. 

대한유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줄어드는 자산의 감가상각비를 매년 일정한 금액으로 나누어 인식하는 정액법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건물의 경우 10년~50년간 사용한다는 가정  하에 이 기간 동안 균등하게 나눠 비용 처리하는 것이다. 

결국 감가상각비는 설비투자 규모·내용 연수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증설 등 신규 자산 취득 활동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사례도 있어 '착시'일 가능성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대한유화는 2023년 온산 공장에 부타디엔 설비를 구축한 이후에는 눈에 띄는 투자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대한유화의 사례는 조금 다르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및 모노머 부문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가동률은 2023년 80.26%, 2024년 87.20%, 2025년 상반기 91.20%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감가상각비 감소는 신규 투자 부담이 줄었다는 신호이며 가동률 상승은 제품 믹스 개선을 뜻한다. 시장에선 이 지표들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 실적 개선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가동률만 상승하는 것이 아닌 재고자산 회전율도 2023년 11.73회에서 13회로 개선된 것을 고려하면 실수요를 기반으로 가동률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경쟁사 가동률이 70~80%인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비싼 분리막용 PE·PP 확대로 장밋빛 전망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한유화의 올해 3분기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135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3분기 기준 손익 구조가 '플러스'를 나타낸 것은 2023년이후 처음이다. 석유화학 부문은 적자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이너스 폭은 이전 보다 나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감가상각비 부담이 덜한 가운데 가동률이 상승한 결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수익성 개선이 전망되는 배경은 스페셜티 제품 비중이 높아진 것이 꼽힌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으나 분리막용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 가치 제품 매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C공정에서 추출된 기초유분을 사용해 PE, PP 등 폴리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PE, PP는 주로 필름류, 용기류, 수도·가스관, 전선 피복재 등에 쓰이며 대한유화의 경우 2차전지 분리막용을 생산한다. 통상 분리막용은 범용 제품 보다 20~30% 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분리막용 PE·PP 매출은 △2022년 1549억원 △2023년 1571억원 △2024년 178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부문의 손익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재무구조 역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대한유화는 무차입 경영 기조가 뚜렷했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이후 공모 사채를 단 한건도 발행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의존도는 5.8%로 사실상 빚을 지지 않은 구조다. 

대체로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감당 가능한 선에서 지출을 감행했다. 증설 등에 따라 불가피히게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하면 단기금융상품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외부 차입을 억제했다. 현재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180억원으로 동기간 1년 내 상환 기한이 도래하는 차입금(1376억원)을 감내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