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의 기세 합병의 시간'…HD현대건설기계, 통합 준비 박차
HD현대건설기계가 광산 장비 수요 급증과 신흥시장 회복세를 발판으로 3분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갔다. 내년 1월 HD현대인프라코어와의 합병을 앞두고 지역 포트폴리오와 제품 믹스를 재정비하며 합병 전 리빌딩 모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 실적 회복을 넘어 통합 이후의 시장 체력을 입증하는 예열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아프리카·유럽이 견인한 실적 회복세
HD현대건설기계는 올 3분기 매출 9547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0%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8%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였다. 금광 개발과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보다 216% 급증했다. 에티오피아·수단 등 광산 장비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대형 장비 판매가 크게 늘었다.
유럽과 북미 모두 매출이 늘었다. 유럽은 32%, 북미는 8% 증가해 수요가 점진적으로 살아나는 흐름을 보였다. 고수익 장비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체 수익 구조가 한층 안정됐다.
중국 시장은 인프라 부양책에 따른 소형 장비 교체 수요 증가로 4% 성장했다. 특히 올해 HD현대인프라코어 연태법인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 재편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반면 인도는 급격한 성장세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브라질은 내년 대선을 앞둔 공공공사 확대로 일시적 수요가 늘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최적화와 글로벌 생산체계 강화, 애프터마켓(AM) 사업 확대를 통해 원가·공급망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합병 이후에도 이 같은 체질 개선 기조를 바탕으로 지역별 수요에 맞춘 운영 효율화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인프라코어 합병으로 '수직 보완' 가속
이번 호실적은 내년 1월 예정된 HD현대인프라코어 흡수합병을 앞두고 나왔기에 한층 의미가 크다. 합병 비율은 HD현대인프라코어 1주당 HD현대건설기계 0.1621707주이며 합병 신주는 2026년 1월26일 상장 예정이다. 양사 결합은 제품 포트폴리오 보완과 글로벌 생산체계 효율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HD현대건설기계는 중·대형 장비와 선진시장 네트워크에 강점을, 인프라코어는 소형장비·신흥시장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이후에는 범용 제품군 확대, 엔진·전동화 기술의 공동 확보, AM 사업 통합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일부에서는 양사 제품군이 중복되는 만큼 합병 이후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잠식) 우려를 제기해왔다. 제품 라인업이 겹치면 영업조직 간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고 통합 초기 시장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합병 과정에서 일회성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이른바 '빅베스(Big Bath)' 회계 처리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에 최태근 영업본부장(전무)은 "합병으로 인한 카니발라이제이션이나 빅베스는 영업 부문과 협업해 이미 관리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일부 우려가 있을 순 있지만 추가적으로 해당 이슈가 불거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