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AI·대안신용평가에 초점…미래 혁신 좌표 찍었다 [현장+]

2025-10-30     김홍준 기자
조진현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팀장이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카뱅 커넥트 2025'의 발제자로 나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홍준 기자

카카오뱅크의 일상 침투가 가속되고 있다. 금융기술(핀테크) 활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넘어 금융취약 계층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속 금융 접근성'을 구현한다는 목표에 따른 일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 활용 능력을 기반으로 한 '포용의 혁신금융' 시현이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좌표로 설정됐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카뱅 커넥트 2025'를 열고 대안신용평가와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금융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의 초점은 단순한 기술 투자보다 금융접근성의 실질적 확장에 맞춰졌다. 디지털금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포용금융으로 방향타를 돌린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제시한 키워드는 대안신용평가다. 단순한 소득·직장 정보가 아니라 통신·공공요금 납부내역, 플랫폼 거래이력 등 생활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다. 사회 초년생이나 자영업자처럼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에게도 문턱을 낮추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2019년부터 자체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착수했다.

2022년에는 롯데멤버스, 교보문고 등에서 확보한 1800만건의 비금융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계 최초의 자체 모델인 '카카오뱅크스코어(카뱅스코어)'를 완성했다. 개인신용평가를 위해 이용자의 적금·이체 실적, 선물하기·택시 이용, 도서 구매 등 3800여개의 변수가 반영됐다. 2023년에는 음식점업·서비스업·온라인셀러 등 업종별 개인사업자 특화 모형까지 확대해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배제됐던 고객층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그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중저신용대출의 13%(9893억원)가 기존 모형에서는 불가능했던 고객에게 공급됐다. 금융취약 계층의 승인율이 높아졌고 신용평가모형(CSS)의 변별력 역시 개인신용평가회사(CB) 대비 두 자릿수 이상 개선됐다. 설명회 발제자로 나선 조진현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팀장은 "대안정보는 금융정보가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며 "기존 신용평가에서는 분명한 사각지대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카뱅스코어를 외부에 공개하며 포용금융의 외연을 확장한다. 자체 모델을 시장에 개방하면서 민간 CB 산업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 플랫폼 스코어(카플스코어)'를 나이스평가정보의 시스템에 탑재한다. 먼저 '신용대출 비교하기'에 입점한 금융사에 적용한 뒤 향후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재욱 카카오뱅크 AI고객서비스개발팀장이 '카뱅 커넥트 2025'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홍준 기자

금융접근성 확대의 또 다른 축은 AI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모바일 중심 은행으로 출범한 후 디지털전환을 이끌었고 이제는 'AI 네이티브 뱅크'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AI를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닌 고객경험 중심의 기술로 재정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AI 기반 서비스는 △스미싱 문자 확인 △검색 △금융계산기 △상담 챗봇 등이다. 카카오뱅크는 생성형AI 등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

AI를 제대로 알아야 개발도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내부적으로도 AI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사내 실험 플랫폼 'AI 플레이그라운드'에서는 직원이 직접 챗봇이나 자동화봇 등을 개발·공유하며 일상 업무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회사는 이에 따라 복리후생 챗봇, 회식장소 추천, 구매절차 안내 등 직원이 만든 AI 도구가 실제로 사내에서 쓰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AI기술 개발이 기업가치 제고나 투자 확대보다 사용자경험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재욱 카카오뱅크 AI고객서비스개발팀장은 "(카카오뱅크는) 기술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은행"이라며 "고객경험이라는 측면을 최우선으로 둔 다음에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는 AI생태계에 기여하기 위해서 금융기술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기술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가속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10월까지 카카오뱅크는 169건(국내 111건, 해외 58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국내외 학회에 16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팀장은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더 쉽고 안전하게 금융을 이용하도록 돕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즐겁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