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해킹' SKT, 재무 충격에 3분기 배당 없다

2025-10-30     이진솔 기자
서울 중구 SKT 사옥 전경 /사진 제공=SKT

SK텔레콤(SKT)이 올해 발생한 유심 해킹사고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하지 않는다. 고배당주로 꼽혀온 SKT는 보상비용과 과징금 등으로 올해 3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배당을 포기했다. 회사는 2026년 실적정상화 이후 배당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마저도 확정은 아니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반등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SKT의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례 없는 재무실적 악화로 3분기 배당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KT는 29일 이사회 보고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확정했다. 김 CFO는 "사고의 재무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배당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SKT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978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2%,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90.9%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66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별도기준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매출은 2조6647억원으로 16.8% 줄었으며 영업손실 522억원, 당기순손실 206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SKT의 올 3분기 연결 손익계산서 /자료=SKT

실적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유심 해킹사고 후속조치에서 비롯됐다. SKT는 '고객감사 패키지'의 일환으로 8월 전 고객에게 통신요금 50% 할인혜택을 제공했고 티멤버십 혜택도 대폭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 매출만 전년동기 대비 5477억원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1348억원이 3분기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되며 수익성에 치명타가 됐다.

고배당 정책을 자랑해온 SKT가 배당을 건너뛰면서 투자자의 신뢰에도 금이 갔다. SKT는 2021년 국내 통신사 중 최초로 분기배당을 도입한 뒤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주주환원을 이어왔다. 지난해 배당금 총액은 7536억원이었고 올해도 1·2분기에 각각 1768억원씩 지급했다. 주당배당금(DPS)은 2022년 3320원이었으며 2023년 이후 3540원을 유지했다. 통상 1~3분기에 각 분기마다 주당 830원을 지급하고 연말 결산배당에서는 1050원을 추가로 줬다. 하지만 3분기 배당하지 않으면서 올 DPS는 2710원 이하로 하락하게 된다.

4분기 이후 배당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 CFO는 "4분기 배당은 연간 실적과 현금흐름이 집계되는 시점에 성장 투자여력과 재무구조 등 전체적인 자본분배 균형을 감안해 이사회의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사이버 침해사고의 영향은 올해 대부분 반영돼 2026년에는 실적정상화가 예상된다"며 "내년에 개선된 실적에 따라 배당도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KT 배당 추이 /자료=SKT

유무선통신사업은 침해사고의 여파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는 1726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24만명 늘었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순증으로 전환됐다. SKT는 최근 자급제 전용 디지털통신 서비스 '에어'를 출시하며 무선사업 혁신에 나섰다. 2030세대를 겨냥해 단순함과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이 서비스는 무선고객 저변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AI사업은 유일하게 희망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번 분기 AI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5.7% 뛰었다. AI 데이터센터(DC) 사업은 판교DC 인수 효과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임차지원사업 수주에 힘입어 149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53.8% 성장했다. AIX(AI전환) 사업의 매출도 557억원으로 3.1% 증가했다. SKT는 올해 8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 AI DC 기공식을 열었고 최근에는 오픈AI와 서남권 전용 AI DC 공동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CFO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AI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단단한 회사로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