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보고서] 한전 低PER 탈출 가로막는 공기업 '굴레' [넘버스]

2025-10-30     부광우 기자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진 제공=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의 실적 대비 주식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인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를 산출할 수 있는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들 중 최저치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기업들 가운데 주식 가격이 유독 저평가된 사례란 의미다.

하지만 대규모 부채에 억눌린 재무 구조와 전기요금 규제 등 공기업으로서의 굴레가 투자 심리의 발목을 잡으면서 저(低)PER에서의 탈출을 가로막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전의 PER은 3.99배에 머물렀다. 주가는 해당 시점의 보통주 수정 주가로, 순이익은 직전 1년 동안의 기록을 연 환산해 계산했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순이익 대비 몇 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PER이 낮으면 실적보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1만원이고 주당순이익이 500원이라면 PER은 20배가 된다.

한전의 PER은 지난달 말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상장사들 가운데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순이익이 적자여서 PER 산출 자체가 불가능한 기업을 제외하면, PER이 4배에도 미치지 못한 곳은 한전뿐이었다. 이들의 평균 PER인 52.25배와 비교하면 13분의1도 안 되는 수치다.

한전처럼 PER이 낮은 종목은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거두고 있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다고 볼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서, 한층 이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한전의 저조한 PER을 두고 주가 상승의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적이 아닌 다른 요인들이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무거운 짐은 빚이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부채는 총 206조232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873억원더 늘었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472.3%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해당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부채비율이 500%에 가깝다는 건 부채가 자본 대비 5배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큰 변수는 전기요금이다. 정부가 물가 관리 차원에서 전기요금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 한전의 경영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전은 올해 4분기에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당 플러스(+)5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았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최근 3개월간 단기 에너지 가격을 적절히 반영하기 위한 연료비조정요금의 계산 기준이 되는 것이 매 분기에 앞서 결정되는 연료비조정단가다. 연료비조정단가에 전기 사용량을 곱한 결과가 연료비조정요금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결국 공기업이라는 특수성이 한전의 주가를 누르고 있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저PER이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기엔 구조적으로 제한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경우 유가와 전기요금 등 외부 환경이 실적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면 실적 개선 모멘텀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