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장단 인사 코드] 김영식 SK에코플랜트 사장, 반도체 낙수 효과 '리밸런싱' 이끈다

2025-10-30     나영찬 기자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 /사진 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리밸런싱'을 이끌 리더로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이 나선다. SK에코플랜트가 내년 7월 기업공개(IPO) 기한까지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한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를 이끌어갈 적임자를 발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 'HBM 양산 체계' 구축한 반도체 전문가

SK그룹은 30일 사장단인사에서 김 총괄을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SK에코플랜트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사내이사,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굴지의 반도체 기업 임원이 건설사로 이동한 배경에는 SK에코플랜트의 IPO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재무적투자자(FI로)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약 1조원을 조달하면서 내년 7월까지 IPO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기업가치가 높은 환경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밸류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사업으로 선회했다.

SK그룹은 그룹 내에서 반도체 공정의 최고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김 사장에게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리밸런싱을 맡겼다. 이번 SK그룹 인사의 핵심은 사업 강화,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리밸런싱과 각 계열사가 당면한 과제를 매듭 짓는 것이다. 이에 그룹은 김 사장에게 하이테크 리밸런싱에 성공해 IPO를 성사시키라는 중책을 부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1967년 12월생으로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16년 말 SK하이닉스 인사에서 포토기술그룹장(상무)으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포토 공정은 웨이퍼 위에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는 과정으로 반도체 8대 공정 중 핵심이다. 이후 김 사장은 제조·기술담당, 양산총괄 등을 맡아 HBM 양산체계를 구축했다.

 

계열 의존도 높은 하이테크 리밸런싱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리밸런싱은 그룹으로부터의 반도체 낙수 효과로 이뤄진다. 역대급 실적을 내는 SK하이닉스가 주는 일감을 비롯해 호실적을 기록하는 반도체 계열사들이 합병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하이테크 리밸런싱은 1차적으로 완료돼 성과를 냈다. SK에코플랜트는 하이테크사업 부문을 신설해 올해부터 관련 사업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이테크사업 매출은 올 상반기 2조9303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매출인 1조1685억원보다 150.77% 증가했고, 2023년 연간 매출인 6584억원에 비하면 345.06% 급증했다.

하이테크사업 매출에 반영되는 것은 SK하이닉스에서 수주하는 캡티브 일감과 그룹에서 넘겨받은 반도체 종속기업의 실적이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캡티브 매출은 1조8189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매출의 31.36%에 해당한다. 반도체 종속기업 매출에는 지난해 모회사 SK㈜로부터 넘겨받은 반도체모듈 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가스 기업 SK에어플러스 등의 매출(각각 1조372억원, 1708억원)이 반영됐다.

하이테크 리밸런싱 2차전으로는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기업 편입이 추진된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 합산은 약 3500억원이다.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등 3개 기업은 유상증자를 거쳐 자회사로 편입된다. SK㈜가 보유한 SK트리켐 보통주 65%를 비롯해 SK케이레조낙 보통주 51%,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보통주 51% 등을 현물출자받고 이 대가로 SK㈜에 제3자 배정 증자 방식으로 보통주를 할당한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는 SK㈜에서 주식을 이전받은 대가로 신주를 교부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들 4개 기업의 편입 예정일은 12월2일이다.

연말까지 하이테크 리밸런싱이 완료되는 상황에서 김 사장은 반도체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전략 구상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하이테크 리밸런싱으로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SK에코플랜트에 SK하이닉스의 성공 DNA를 이식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김 사장은 반도체 사업 기회 발굴과 성과 창출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IPO 성공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장동현 부회장과의 각자대표 체제에서 손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김형근 대표이사(사장)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