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사 리포트] 에스티팜, 올리고 매출 90% 급증…'STP-0404'로 가치 재평가

2025-10-30     이승준 기자
/사진 제공=에스티팜,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에스티팜이 올해 3분기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잠정실적을 거뒀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90% 가까이 늘면서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이 동시에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생산능력 확대와 프로젝트 다변화로 CDMO 사업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번 실적을 계기로 에스티팜의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까지 다시 보기 시작했다.

 

3분기 최대 실적, 올리고가 일등공신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이승준 기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티팜은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819억원, 영업이익 147억원, 당기순이익 204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32.7%, 141.6%, 49.2% 늘어난 액수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도 각각 17.9%, 25%로 최근 5개년 중 3분기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CDMO 사업을 지목한다. 올리고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2.9% 증가한 686억원으로 회사 연결매출의 83.8%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상업화 품목의 납품이 늘었고, 일부 임상용 물량도 4분기 예정분이 3분기로 당겨지며 볼륨이 커졌다. 우호적인 환율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했다.

매출 구성이 바뀐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매출 비중이 컸던 혈액암·고지혈증 프로젝트 의존도가 줄고 만성B형간염(222억원), 희귀 심혈관계 질환(256억원), 동맥경화(72억원) 등으로 품목이 다변화됐다. 회사는 이를 통해 품목별 출하 타이밍에 따른 분기별 매출 출렁임이 완화되고 있다고 본다. 수주잔액도 9월 말 기준 2780억원가량 쌓여 있다.

시장은 이번 분기 실적과 관련해 에스티팜이 '단순 원료의약품(API) 제조사'를 넘어 '고부가 리보핵산(RNA) 치료제 위탁생산(CMO) 기업', 즉 올리고 중심 CDMO사로 포지셔닝이 끝났다고 본다. 실제로 이익률 개선 폭(141.6%)이 외형 성장률(32.7%)을 넘어선 만큼 기술력 기반의 모델이 숫자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이후 신약 파이프라인 밸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리고 집중 속 구조적 리스크 병존

/자료=에스티팜 3분기 IR

다만 성장의 근간이 된 구조가 동시에 리스크로 거론된다. 전체 매출 가운데 올리고 부문 비중이 80%를 넘어서면서 고객사 생산일정, 규제 이슈, 출하 타이밍 등에 따라 분기별 매출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회사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변동성을 줄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기도 하다.

저분자 CDMO와 제네릭 API의 매출 감소는 올리고의 호조와 대비된다. 저분자 부문은 미토콘드리아 결핍증후군 프로젝트 주요 출하가 4분기로 밀리면서 전년 대비 줄었고, 제네릭 API도 축소 흐름을 탔다. 이는 단기적으로 외형의 일부를 깎아 먹지만, 일각에서는 마진이 낮은 사업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고수익 영역으로 재편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제2 올리고동은 이미 7월부터 일부 임상시료 생산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번 증설로 생산능력이 30% 이상 늘었다고 본다. 이와 동시에 3분기부터 감가상각비 15억원이 반영되기 시작됐다는 점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다. 즉 생산능력(캐파)이 완비된 가운데 효율(가동률, 단위당 마진)이 따라와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시장의 시선도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수혜와 조기출하 효과 덕에 실적이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는 긍정론이 우세하다. 반면 본격 램프업과 효율화는 2027년 이후라고 보는 전망도 있다. 이번 3분기 숫자가 '정상화된 실력치'인지 아니면 '앞당겨 잡힌 볼륨의 효율'인지는 4분기 이후 실적에서 다시 확인될 것이라는 관전 포인트가 생긴 셈이다.

 

STP-0404로 신약 밸류 재평가 시동

/자료=에스티팜 3분기 IR

이제 시장은 이번 실적이 수주·가동률을 넘어 신약 파이프라인 밸류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에 집중한다. 에스티팜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치료제 후보 'STP-0404'의 글로벌 임상2a상 중간 데이터를 미국감염질환학회(IDWeek2025)에서 구두 발표했다. 투약 11일 차 기준 혈장 내 HIV-1 RNA 감소 폭이 평균 1.19~1.55 log10copies/mL 수준으로 FDA의 유의 기준(≥0.5 log10copies/mL)보다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중대한 이상반응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내년 1분기 고용량 코호트(600㎎)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기술이전(LO) 논의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이 구간에서 파이프라인 자체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주가 상단을 눌러온 전환사채(CB)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부담도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올리고 CDMO,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서비스, 저분자를 묶은 '글로벌 통합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장기 성장성의 주요 이벤트로 제2올리고동 증설, STP-0404 임상 데이터, 수주잔액 등을 언급한다. 시장에서는 이 모델이 안정적인 반복 매출과 파이프라인 마일스톤을 동시에 노릴 수 있을지를 다음 관전 포인트로 둔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스티팜은) IDWeek2025에서 HIV-1 치료제 신약 STP-0404 임상2a상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며 "혈장 HIV-1 RNA 수준이 투약 11일 차까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두발표와 관련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데이터에 대한 냉혹한 평가라기보다는 단순 모멘텀 소멸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