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국민은행서 1조 수혈…5년만 중간배당 결의 배경은
KB금융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수혈해 배당가능이익 확보에 나선다. 앞서 발표한 자사주 매입·소각분 8500억원 가운데 1900억원을 내년 1월에 집행함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리딩금융'에 걸맞은 주주환원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강화된 이익체력과 자본비율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금액은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며, 비과세배당(감액배당)도 추진할 방침이다.
31일 KB금융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9일 1조28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의했으며 11월14일 KB금융에 이를 지급한다.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중간배당을 실시했던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배당가능이익은 상법 제462조에 따라 재무상태표의 순자산액(자본)에서 자본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해 계산된다. 즉 당해 배당가능이익은 전년의 순자산 증감에 따라 결정된다. KB금융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2025회계연도 결산배당은 2026회계연도에 반영돼 2027년 배당가능이익으로 계상된다.
결국 KB금융은 내년 배당가능이익을 늘리기 위해 국민은행으로부터 중간배당을 확정했다. 올해 배당가능이익 2조7868억원은 소진한 상태다. KB금융은 지난해 4분기 배당(올해 초 지급) 3000억원, 올해 1·2·3분기 각 3350억원을 합친 1조3050억원,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8200억원,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6600억원 등을 집행했다.
KB금융이 4분기 배당과 더불어 내년에 매입할 자사주 1900억원은 내년의 배당가능이익에서 차감된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KB금융의 배당가능이익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간배당을 집행했고 누적 3분기 만에 순이익이 5조원을 넘어서며 이익성장세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83%로 전 분기(13.77%) 대비 6bp(1bp=0.01%p) 개선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주주환원 기준점인 CET1비율 13.5%를 넘어 여유 있게 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KB금융의 내년 주주환원 금액은 2025회계연도(3조100억원)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내년 주주환원 금액을 여유자본 증가와 미래이익 증가를 고려해 3조1000억원으로 기존 추정치보다 상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은 개인투자자의 저변 확대를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비과세배당' 등을 고려한 배당정책 변경도 검토하기로 했다.
나상록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개인투자자 비중 확대라는 국민주의 위상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비과세배당을) 검토 중이라고 이미 언급했으며 그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이 배당성향 30% 이상 수준에서 결정되면 갑자기 대응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검토 이후 개인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배당을 늘린 기업이 대상이다. 최근 배당성향 40% 이상인 기업만 대상으로 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배당성향을 35%로 낮추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과세배당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특징으로, 주주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 KB금융이 내년 주총에서 비과세배당을 결의할 경우 2027년부터 실시할 수 있게 된다.
한편 국민은행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도 KB금융에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손해보험·라이프생명은 자본 규제 변경 등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하지 않기로 했고, KB국민카드도 건전성 개선을 이유로 13년 만에 결산배당에 나서지 않았지만, 여력이 있는 계열사 위주로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관계자는 "업권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시행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며 "밸류업 공시 원칙 아래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밸류업 프로그램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