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이현민 에스티젠바이오 사장 "첫 목표는 '캐파 확대'…IPO는 차선책일 뿐"

2025-11-03     김나영 기자
이현민 에스티젠바이오 사장 주요 약력 /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가장 첫 목표는 생산능력(CAPA) 확대입니다. 상장은 차선책일 뿐 우선 순위는 아닙니다."

이현민 에스티젠바이오 신임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규모'를 앞세웠다. 회사가 지난해 글로벌 현행우수제조관리기준(cGMP) 승인을 받은 후 수주 논의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그는 시장이 주목한 기업공개(IPO) 가능성보다 CAPA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에스티팜에서 외형과 수익 모두 성장궤도에 올려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티젠 체급 역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에스티젠, '체급 키우기' 급선무

에스티젠바이오 최근 5개년 실적 추이 / 자료 = 동아쏘시오그룹, DB증권

이 신임 사장은 에스티젠 수장으로서 꼽은 첫 과제는 CAPA 확장이다. 최근 글로벌 위탁생산(CMO) 시장에서 수주 논의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체급을 올려 성장 속도를 높이려는 계획이다.

그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사장으로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CAPA 확장"이라며 "작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GMP 승인을 받은 후 수주 협의가 몰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바이오 시장도 규제가 완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에스티젠은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유럽 의약품청(EMA)과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제조시설 cGMP 승인을 획득했다. 이 신임 사장은 cGMP 승인 이후 기존 물량 공급 뿐만 아니라 신규 수주 협의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또 그룹 내 신약 개발 기업인 동아에스티와 협업해 수주 물량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상황이다. 현재 에스티젠은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아라네스프'의 생산을 맡고 있다. 이 신임 사장은 "동아에스티와 일부 바이오시밀러를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임상에 필요한 시료부터 에스티젠이 담당하며 손발을 맞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에스티젠의 CAPA는 아직 소규모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생산능력은 약 9000리터(ℓ)로, 설립 초기 8000ℓ에서 소폭 확대되는 데 그쳤다. 회사는 최근 약 600억원을 투입해 핵심 공정인 '하베스트(Harvest) 라인' 증설 계획을 내놓았지만 본격적인 상업 물량을 감당하기엔 추가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신임 사장은 "구체적인 증설 계획을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 증설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IPO는 차선책, 내실 기해야 할 때

이 신임 사장은 최근 시장에서 주목한 IPO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당장 시급한 과제는 아니다"라며 선 그었다. 

앞서 지주사에서 재무·전략을 총괄해온 이 신임 사장이 에스티젠 수장에 오른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가 IPO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임자였던 최경은 대표가 연구개발(R&D) 중심 리더였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이 신임 사장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보통 IPO는 지배구조 변화나 기존 투자자의 엑시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에스티젠은 모회사 지분율이 높아 굳이 IPO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자금 확충보다는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동아쏘시오가 보유한 에스티젠 지분율은 80.4%에 달한다. 

또 다른 문제는 '고객사 정보 보안'이다. 이 신임 사장은 "CMO는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인 만큼 고객사 정보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상장은 공시 범위가 넓어 고객사와 협업 구조·공정 조건 등을 공개해야 할 수 있어 당장 매력적인 방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에스티팜 체질 개선 이끈 주역

이 신임 사장이 바이오 사업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약 5년간 올리고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에스티팜에서 경영관리본부장을 지내며 재무와 경영 전반을 총괄한 이력이 있다. 

이후 작년 9월부터 이번 사장 취임 직전까지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경영기획실장으로서 그룹 내 계열사를 관리했다. 이 신임 사장은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지 약 반년만인 올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는 에스티팜을 맡을 당시 회사의 외형과 내실을 끌어올려 체질 개선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그가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기 직전인 2018년 매출 977억원·영업손실 156억원이던 에스티팜은 5년 뒤 매출 2850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을 달성하며 흑자구조로 전환했다. 

특히 2021년부터는 1500억원을 투입해 제2올리고동 신축 등 CAPA 확장에 주력해왔다. 올 9월 준공된 제2올리고동은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약 7.7배(2.3t~7t,14mole/일) 확대한 시설로, 연구·임상 중심이던 에스티팜 생산 구조를 대량 상업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핵심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이 신임 사장은 "에스티팜에서 5년간 바이오 사업 경영한 경험이 있다"면서 "그룹에서 이런 이력을 눈여겨 보고 한번 더 회사를 맡겨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