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루마니아 투자 가속 '4.9조 장갑차' 수주 밑그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 투자에 속도를 낸다. K9자주포 현지생산과 현지 장갑차 수주전을 겨냥한 포석이다. 또 유상증자와 3자 배정으로 확보한 자금은 미국, 유럽에 우선 투입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재무장 수요와 중동 수출기회를 선점하는 데 쓰인다.
3일 한화에어로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3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4865억원, 856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47%, 영업이익은 79% 증가했다. 유럽·중동 수출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2029년까지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 시장 루마니아…4.9조 장갑차 수주전 돌입
이날 관심은 루마니아에 쏠렸다. 폴란드와 호주에 이은 대량수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윤 IR 담당 전무에 따르면 루마니아 현지 부지가 확보돼 올해 안에 착공한다. 이 공장은 앞서 수주한 1조4000억원 규모의 K9자주포(54문)·K10탄약운반차(36대) 생산 및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현지 기지다. 인도 시점이 2027년인 만큼 착공을 늦출 수 없다.
또 장갑차 사업 수주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 전무는 "내년 상반기 중 결정되는 루마니아 장갑차 계약과 관련해서도 사용할 계획"이라며 "루마니아는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수주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루마니아 장갑차 교체사업은 30억유로(약 4조9000억원)를 투입해 신형 장갑차 290여대를 구매하는 프로젝트다. 루마니아는 1200여대의 장갑자를 운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1970~1980년대 생산된 옛소련 플랫폼(BMP, BTR)을 사용해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 정부는 초도물량은 수입한 뒤 기술을 이전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을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이 부분은 한화에어로에 이점이 될 수 있다. 국군이 운용하지 않는 플랫폼인 만큼 해외생산, 기술이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내 수주 가능성은 낮게 봤다. 한 전무는 "올해 남은 시간은 2개월이고 유럽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어 내년 수주를 예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현금성자산 5.93조 확보… MCS 증설·해외 투자 가속
한화에어로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조9282억원으로 6월 말보다 2조9320억원(48.9%) 급증했다. 이로써 가용 현금은 3조원 가까이 확충됐다. 올 7월 유상증자로 4조원 이상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는 확보한 유증 자금 활용처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도 밝혔다. 다만 방위산업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중장기적 활용 방안보다는 공개된 부분에 대한 세부계획만 공개했다.
국내에서 공사 중인 모듈화장약(MCS) 설비는 내년 말 준공이 목표다. 한화에어로는 올 2월 관련 플랜트 공사를 한화오션에 발주했으며 공사비는 2940억원, 계약기간은 2026년 12월로 명시했다. 공장과 설비 확충에 들 것으로 예상되는 총비용은 약 6000억원이다.
MCS 스마트팩토리의 가동시점은 2027년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증설 물량은 대부분 미국, 유럽, 중동 등으로의 수출을 예상한다. 이들 국가의 탄약 재고 수준이 낮고 각각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무는 "MCS 스마트팩토리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로 증설 물량은 대부분 수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내수보다 수출 마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탄약과 관련된 수익성은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MCS 투자에 대해서는 "현지화 생산을 고려하고 있으며 폴란드에서는 협력사가 부지 선정 초기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과 후년에도 수주 파이프라인이 노출된 사업들을 따내면 4~5년치 수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