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 국제약품, 오너 3세 단독체제…남태훈號 마지막 승계 퍼즐 '지분승계'

2025-11-04     김나영 기자

국제약품의 부자(父子) 경영이 막을 내렸다. 오너 2세인 남영우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경영 바통이 자연스레 그의 장남인 남태훈 대표에 넘어갔다. 10년간 경영 현장을 경험하며 체질 개선을 주도해온 남태훈 대표가 스스로 경영역량을 입증한 결과라는 평가다.

남은 과제는 지배력 안정화다. 지주사 우경을 둘러싼 지분 정리가 마무리돼야 비로소 '남태훈 시대'가 완성된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10년 만에 오너3세 단독체제 확립

국제약품이 세대교체에 마침표를 찍었다. 회사는 31일 공시를 통해 남영우·남태훈 각자대표 체제에서 남태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남영우 전 대표의 사임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국제약품은 지난해부터 이어온 부자 공동경영 체제를 끝내고 사실상 경영권 승계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1980년생인 남태훈 대표는 2009년 국제약품마케팅부 과장으로 입사해 영업관리부 부장, 판매총괄부사장, 관리본부 부사장 등을 거쳐 2015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가 처음 대표가 됐을 땐 남영우 명예회장, 안재만 전 대표와 함께 3인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2023년 12월 안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부자 각자경영 구조가 유지돼 왔다. 

남 명예회장이 1942년생으로 80대에 접어든 데다, 남태훈 대표가 지난 10여년간 경영 경험을 축적하며 최근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온 점이 세대 교체의 배경으로 꼽힌다. 남 명예회장은 고(故) 남상옥 창업주의 장남으로 1975년부터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2009년 명예회장으로 오른 뒤에도 2015년부터 다시 대표직을 맡아 회사 경영을 책임져왔다.

 

질적 성장 이끈 남태훈 리더십 

특히 남태훈 대표는 최근 국제약품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면서 회사를 성장 구간에 올려놓은 상태다. 단순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효율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기조로, 연구개발(R&D) 강화와 포트폴리오 정비, 인건비 등 비용 효율화가 병행되는 모습이다. 

국제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5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외형 성장세를 회복했다. 올해도 상반기 매출액 865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웃도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적의 질적 변화도 두드러진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7억원, 52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

남 대표가 새 주력 품목으로 삼고 최근 도입한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영역이 최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뇌기능개선제 '니고린정' 등 CNS 라인업 강화에 힘입어 관련 매출은 지난해 3분기에만 누적 63억원을 돌파하며 직전년도 연간 매출(41억원)을 넘어섰다. 

수익성 개선 과정에서는 비용 효율화 전략이 힘을 실었다. 2023년 말 영업대행사(CSO) 체제를 도입해 영업조직을 외부화하고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다. 국제약품은 2022년 말 369명이던 직원 수가 올해 상반기 249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연간 종업원 급여는 2022년 358억원에서 지난해 240억원으로 감소했다. 

R&D 강화로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올해 국내 임상 3상에 진입한 복합 녹내장 점안제 'TFC-003'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르졸라미드·티몰롤·브리모니딘 3개 성분을 결합한 개량신약으로, 여러 기전을 동시에 작용시켜 안압을 낮추는 방식이다. 아직 국내에 세 가지 성분을 결합한 복합 녹내장 치료제가 없는 만큼 성공 시 약 900억원 규모의 국내 녹내장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 대표는 이러한 경영 성과를 토대로 올해 초 주당 30원 현금배당을 단행하며 6년 만에 주주환원 정책을 재개했다. 올 초부터 꾸준히 'Stable Growth(안정적 성장)'를 경영 기조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익성과 R&D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을 명확히 하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은 과제는 지배력 정리, 우경 지분이 열쇠

다만 오너 3세 체제가 완전히 굳어지기 위해선 지분 기반의 지배력 강화가 남은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제약품의 최대주주는 남영우 명예회장으로 개인 지분 8.58%를 포함해 특수관계인까지 합산한 지분율은 37.86%다. 반면 남태훈 대표의 지분율은 2.12%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국제약품 지배구조에서 핵심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우경이다. 우경은 국제약품 지분 23.96%를 보유한 핵심 주주사지만, 지배력은 여전히 남 명예회장이 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남 명예회장의 우경 지분율은 85.43%로, 사실상 지주사 단계에서부터 2세 영향력이 유지되는 구조다.

이에 남 대표가 단독체제를 넘어 온전한 오너 3세 시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향후 우경과 본사 지분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영권 안정성과 장기적 승계 전략 측면에서 지분 승계 로드맵 마련이 남은 숙제라는 평가다.

지분 승계 계획과 관련해 <블로터>는 국제약품에 취재를 시도했지만 입장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