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사람들] ‘조선 해결사’ 김형관 사장, HD한국조선해양 기술 초격차 시동
HD현대그룹이 김형관 사장을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사장)에 내정했다. 김 대표는 그간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를 두루 챙기며 조선업 호황기를 이끌었다. 특히 로봇 자동화 등 기술 분야에 강점을 가져 향후 차세대 HD현대그룹 조선 계열사의 기술력 부흥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
4일 HD현대그룹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25년 사장단인사에서 HD한국조선해양 대표로 내정됐다. 김 사장은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과 공동대표로서 조선업 중간지주사를 이끌어가게 된다.
김 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조선업 기술 및 현장에서 일해왔다. 임원 약력을 보면 현대중공업 기본설계 담당(상무), 기술본부장(전무), 생산본부장(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HD현대삼호 대표에 올랐다. 2022년 말에는 HD현대미포 대표(사장)로 승진·이동했으며 올해 연말인사에서 HD한국조선해양 대표에 내정됐다.
김 사장은 임원 시절 승진 속도가 매우 빨랐다. 2016년 상무, 2017년 전무에 선임됐으며 2019년 부사장, 3년 뒤인 2022년에는 HD현대미포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2022년 사장단인사에서 △이동욱 현대제뉴인 대표(1961년) △최철곤 현대건설기계 대표(1960년)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1959년) 등이 발탁된 가운데 1968년생인 김 사장은 가장 젊은 나이로 사장 승진자에 이름을 올렸다.
김 사장은 HD현대그룹의 조선로봇 자동화를 이끈 인물이다. HD현대삼호는 국내 조선사 중 로봇자동화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삼호는 2022년 자동화혁신센터를 설립해 흩어져 있던 생산기술 관련 조직을 통합했다. 이는 고도화된 기계화·자동화 기술과 제품화된 신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었다. 최근 자동화혁신센터가 집중하는 분야도 조선건조 자동화다.
3~4년 전만 해도 국내 조선소의 로봇자동화 기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에 자동화로봇 도입은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상황과 간극이 커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연구개발(R&D)에는 특화돼 있지만 실제 근로환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로봇이 필요한지, 작업자들의 사용성과 능률이 어떤지를 알지 못했다. 반쪽짜리 로봇 장비를 배치하면 현장 근로자들의 능률이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는 국내 다른 조선소와 중국에서도 협동로봇 관련 장비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HD현대삼호 내부적으로도 지금 한국이 하지 못하면 수년 뒤 뒤처진다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김 사장이 로봇자동화 기술을 살릴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경영자 입장에서 당장 조선소에 투입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기 어렵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김 사장은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로봇을 구매한 뒤 R&D를 지시했다. HD현대삼호는 용접실험동을 만들고 로봇별로 작업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R&D를 지속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외의 많은 조선소 관계자가 로봇자동화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HD현대삼호를 방문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적자상태였던 HD현대삼호를 흑자 직전까지 만든 뒤 2022년 말 HD현대미포로 이동했다. HD현대미포 대표였던 신현대 사장은 HD현대삼호 대표로 옮겨갔다. 그룹 차원에서 양사 대표를 맞교체해 장점을 강화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김 사장 취임 당시 HD현대미포도 적자를 내고 있었다. 김 사장은 HD현대미포에서도 당장의 성과보다 향후 수요가 증가할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추진선 등 친환경선박 시장에 집중했다. 이 같은 예상이 적중하며 HD현대미포는 지난해 매출 4조6301억원, 영업이익 885억원으로 턴어라운드하게 된다.
최근 조선 업계에 디지털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HD현대그룹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미래첨단조선소(FOS)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기술, 연비효율화 등 기술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 사장은 내년부터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로서 정기선 회장과 합을 맞추게 됐다. HD한국조선해양 산하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조선 시장의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12월1일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김 사장은 설계·기술 전문가로서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통합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