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해외투자 3인방]② 채선주, 사우디 슈퍼앱·자율주행 수출 노린다
네이버의 유럽·중동·북미 지역 사업 진출을 이끄는 리더들을 분석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이버가 비교적 빠르게 가시적인 성과를 낸 해외 진출 지역이다. 네이버는 2022년 말부터 중동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약 1년 만에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1억 달러(약 1340억원) 규모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진출이 드문 지역에서 낸 성과다.
사우디 사업은 채선주 전략사업대표 겸 대외/ESG 정책 부문장이 처음부터 주도했다. 채 대표는 네이버 설립 초기부터 약 20년 동안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맡다가 해외 시장 개척자로 역할을 바꿨다. 네이버는 올해 사우디 현지에 중동 총괄법인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하고 디지털트윈 플랫폼 뿐만 아니라 '슈퍼앱(검색, 핀테크, SNS 등 여러 서비스를 구현한 애플리케이션)' 확장 거점을 마련했다. 네이버 아라비아 역시 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진두지휘한다.
가늠 어려워진 디지털트윈·로보틱스 실적
네이버가 사우디 사업에서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사우디 기술 수출 성과는 2024년 3분기부터 매출에 조금씩 반영되기 시작했다. 네이버가 사우디에서 얻은 매출은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 중 기타 영역에 네이버랩스(국내), 클로바 디바이스 매출과 함께 반영됐다. 사우디 매출이 따로 구분되지 않아도 실적 성과를 엿볼 수 있다. 엔터프라이즈 부문 중 기타 영역 매출은 2024년 3분기 215억원, 4분기 50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145억원이다.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전체 매출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지만, 네이버가 그동안 내수 위주 매출 구조에 머무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올해 2분기부터 엔터프라이즈 부문 중 기타 영역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우디 사업 성과가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반영되지만, 기타 영역이 분류되지 않아 그 수익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러 사업 상황에 따라 매출 설명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특히 엔터프라이즈 영역에 속한 사업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영역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3분기 IR 보고서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매출에 속한 사우디 주택부와의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슈퍼앱, 디지털트윈 사업 추진, 사우디 로보틱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의 사우디 사업 중 가장 뚜렷한 성과는 올해 구축을 완료한 메카·메디나·제다시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이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세상을 디지털 환경에 3차원으로 똑같이 구현한 지도다. 이를 활용해 하천 범람·집중호우 모니터링 및 예측, 교통량 모니터링, 건물 구축 시뮬레이션, 자율주행 구현 등 스마트 시티를 구현할 수 있다.
사우디에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수출할 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와 서울시가 일종의 시제품이 됐다. 네이버는 지하 8층, 지상28층 규모 빌딩인 1784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해 서비스 로봇, 인프라 제어,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제어 등을 적용했다. 이어 서울시 전역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해 스마트시티 기술 단위를 빌딩에서 도시로 확장했다. 사우디 정부·기업 인사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네이버 본사를 찾은 이유도 스마트시티 기술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현지 문화·제도 맞춰 슈퍼앱 확장
채 대표는 올해 중동 지역 총괄 거점 네이버 아라비아를 설립하고 슈퍼앱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고 외국 기업에게 보수적인 사우디 시장 환경을 고려하는 것도 과제다. 네이버 아라비아는 디지털트윈 플랫폼, 소버린 AI, 자율주행 등 개별 사업별로 현지 법인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한다. 이 역시 해외 기업이 사업을 하려면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야 하는 현지 원칙을 준수한 결정이다. 네이버 아라비아는 올해 5월 사우디 주택공사(NHC)와 전략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NHC에 따르면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7000억원 규모 현지 디지털트윈 사업을 수주할 예정이다.
디지털트윈 플랫폼은 자율주행, 딜리버리, 부동산 중개, 택시·각종 티켓 예매 중개 등 IT 서비스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서비스 운영, 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네이버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국영기엄 아람코 본사가 있는 담맘에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추가로 구축 중이다. 구체적인 구축 완료 예정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의 사우디 사업 진출에서 또 다른 고려 사항은 중동 국가 특유의 사업 계획 부풀리기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2030(석유 의존 사업 탈피)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웠지만 그 규모를 점차 축소 중이다. 사막 위에 세우는 거대 스마트시티 '네옴'의 거주 예정 인구 규모는 당초 150만명에서 30만명으로 줄었다. 네옴의 길이도 170km에서 2.4km로 축소됐다.
네이버는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건물, 도시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구상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2030년 리야드 엑스포를 앞뒀기 때문에 스마트시티 구축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네이버클라우드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자회사 '뉴무라바'의 마이클 다이브 최고경영자(CEO)는 리야드 엑스포 전에 네이버의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한 건물 무카브를 완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외에 채 대표는 사우디에서 아랍어 기반 소버린 AI 개발을 시도한다. 앞서 태국의 AI 기업 '시암 AI 클라우드'와 태국어 기반 LLM 및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을 시작했는데, 사우디에서도 비슷하게 관련 기술을 수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