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M&A]③ 삼부토건 매각 시동 걸었지만 곳곳에 '암초' [넘버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건설사 삼부토건의 공개매각에 인수 후보군이 등장하며 새 주인 찾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현재 인수 의향을 밝힌 곳들의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설경기 침체와 법률 리스크 등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암초 탓에 최종 매각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 매각주관사인 안진회계법인이 최근 진행한 본입찰에 2곳이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예비입찰에는 5곳이 인수의향서(LOI)를 냈지만, 20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실사 결과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2곳에 그쳤다.
1948년 설립된 삼부토건은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가진 중견 건설사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78위다.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5호선, 마포대교 등의 건설을 맡았던 회사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급등과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올해 2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3월에는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삼부토건은 그동안 조건부 인수자를 미리 정한 뒤 공개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를 찾는 방식인 '스토킹호스' 방식을 통해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공개매각으로 전환했다. 다만 매수희망자로 나선 2곳이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매각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삼부토건의 위기는 급격한 공사비 상승과 미수금 누적으로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이상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596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가 625억원으로 매출을 넘어서는 등 비용 부담이 주요 원인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무 건전성도 악화됐다. 상반기 말 기준 결손금은 4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확대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안진회계법인이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삼부토건의 청산가치는 762억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287억원으로 평가돼 청산가치가 더 높은 상황이다. 다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달 17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연기 제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은 2015년에도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2년만인 2017년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시장에 복귀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현직 경영진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일준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전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 등은 지난해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서 각종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홍보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369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부상하며 주가가 1000원대에서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급등했다.
M&A 전문 변호사는 "전현직 임원의 법률 리스크로 매각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원매자 입장에서는 위험을 반영한 낮은 가격을 원하겠지만, 받아들일지가 변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