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붕괴 후 회복…"AI 고평가·외인 매도 겹쳐, '하단 지지' 확인"
코스피지수가 5일 장중 4000선을 내주며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빠르게 만회하며 회복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대표주 팔란티어 주가가 급락하며 불거진 글로벌 AI 고평가 논란과 외국인 매도세로 장중 지수가 하락했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세로 돌아섰다. 증권 업계는 "단기 조정 국면이지만 강세장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3% 넘게 하락하며 4000선이 붕괴됐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급증하면서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한때 3950선 아래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기관과 개인의 저가매수가 유입되며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뒤 오후2시30분 현재 4000선 초반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폭락의 배경으로 AI 대표주의 하락과 외국인 매도세를 꼽는다. 팔란티어를 비롯한 미국 AI주의 급락으로 AI 고평가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의 차익실현 매물도 쏟아졌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의 특성상 하락세가 지수 전반으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AI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며 "유동성 장세에서는 이익 추정치가 더 중요하며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순이익이 286조원으로 11주 연속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강세장 흐름이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는 단기 하단을 3800 정도로 보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도 장중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 증시 약세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와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오후 들어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매도 강도는 점차 완화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면 외국인 수급이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오늘 장중 변동은 심리적 요인에 가까운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기관의 선물 매도와 프로그램 차익거래도 장 초반의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코스피변동성지수(V-KOSPI)는 오전 한때 21선을 웃돌았으나 오후 들어 19선대로 내려왔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 유출이 잦아든 것도 지수 회복에 힘을 보탰다.
이런 가운데 사이드카 발동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구조적 약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앞서 2009년과 2020년 강세장에서도 상승이 시작된 지 약 200일 되는 시점에 10% 안팎의 조정이 있었고 이후 1~2개월 내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번 역시 유사한 구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거시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게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 미국 기업 실적은 견조하고, 국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유동성 회복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 업계는 '단기 조정이 지나면 실적과 유동성에 기반한 상승흐름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날의 급락과 회복이 '강세장에서의 불가피한 숨 고르기'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하루에 급락과 반등이 교차한 만큼 단기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유동성 흐름이 유지되는 한 이번 구간은 중기적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3.0 라운드(자본투입 정책)'와 국민성장펀드 조성, 금산분리 완화 등이 본격화되면 중장기 자금 유입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로드맵 공개와 연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단기 반등의 촉매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