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신약물질 도입…리스크 최소화·파이프라인 확보 모두 챙겼다

2025-11-05     김나영 기자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신약 후보물질 도입에 나선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축적한 글로벌 상업화 경험을 신약개발에 이식해 빠른 시장 진입과 성과 창출을 노린다.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신약개발사 도약을 본격화하려는 행보다.

 

업프런트 114억 불과…개발 리스크 최소화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 분야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회사는 4일 공시에서 미국 바이오텍 카이진(Kaigene)과 비임상 단계 항체 기반 후보물질 2종에 대한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계약 규모는 업프런트(선급금) 114억원을 포함해 개발 마일스톤 1584억원, 판매 마일스톤 8921억원 등 최대 약 1조620억원이다.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순매출 5조7096억원 달성 기준 매출 로열티(5~10%)도 추가 지급한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되는 것은 총규모 대비 낮은 업프런트다. 총계약액이 1조원을 넘지만 초기 투자 비용은 114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마일스톤 역시 대부분 시판 성공 이후 지급한다. 개발과정에서 지급해야 하는 액수는 업프런트를 포함해 1700억원을 밑돈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셀트리온과 제휴한 카이진은 병인성 자가항체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PDEG 플랫폼 기반 다중항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텍이다. 한올바이오파마에서 바토클리맙 개발을 주도했던 신민재 대표가 2022년 설립한 기업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으로 태아 Fc수용체(FcRn) 기전의 치료제 'KG006' 'KG002' 2종을 도입했다. KG006은 중국·일본을 제외한 독점적인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를, KG002는 전 세계 독점 글로벌 개발·생산 및 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셀트리온 측은 "이 기전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병인성 자가항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차세대 치료 전략으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발표 이행…시장 신뢰 확보

이번 기술도입은 자가면역질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에서 신약으로 사업모델을 확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셀트리온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라는 계획을 실현하는 입장에서 시장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은 201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램시마를 시작으로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등 자가면역질환 중심의 바이오시밀러로 성장해왔다. 특히 램시마 제품군은 지난해 말 기준 유럽에서 71%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회사가 도입 물질의 상업화에 자신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인 종양괴사인자(TNF-α)나 인터루킨(IL)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FcRn 억제제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기존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인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역시 기대되는 요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2종의 신규 후보물질을 확보해 셀트리온이 강점을 가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신약개발에 돌입함에 따라 신약 개발사의 리더십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며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하는 동시에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영향력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이번 기술도입 외에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다수의 바이오텍과 잇달아 신약 공동연구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머스트바이오와 최대 7125억원 규모의 삼중융합단백질 면역항암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포트래이와 최대 1259억원 규모의 공간전사체·인공지능(AI) 기반 신약 탐색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해 최대 10종의 신규 표적 발굴에 대한 권리를 확보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다중항체 플랫폼을 앞세워 신약 파이프라인 다각화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항암 신약인 'CT-P70' 'CT-P71'의 임상1상을 시작했고 다중항체 면역항암제 'CT-P72'와 ADC 신약 'CT-P73' 역시 연내 임상 단계 진입이 예정돼 있다. 회사는 2028년까지 총 13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