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거버넌스 시험대]④ 또 하나의 유산 '검찰 라인'의 명암

2025-11-06     강준혁 기자

KT가 다시 최고경영자(CEO) 선임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거버넌스 향방을 추적합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T 웨스트 사옥과 회사 로고와 김영섭 대표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김영섭 대표가 KT에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은 '검찰 라인'이다. 김 대표 체제에서 법무·감사·준법 등 내부 통제 조직에 전·현직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회사는 이에 대해 법조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 취임 후 합류한 4명의 검찰 출신 인사

6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2023년 취임한 이후 4명의 검찰 출신 인사가 KT에 합류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이다. 김 대표는 김 전 고검장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1996년 검사로 임용된 뒤 대검 정보통신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공판송무부장 등을 거쳐 서울고검장에 올랐다. 이후 법무법인 로백스에서 대표변호사를 맡기도 했다.

이용복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법무실장(부사장)에 임명됐다. 이 실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보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김 대표는 또 추의정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감사실장(전무), 허태원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준법지원실장(상무)으로 임명했다. 김 대표가 임명하지는 않았지만 양진호 송무컨설팅그룹장 역시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이다.

 

KT 내 검찰 출신 인사 목록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강준혁 기자

 

이처럼 내부 통제 핵심 라인 대부분이 검사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이른바 '검찰 라인'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선을 윤석열 정부 시기 '검찰 코드'에 맞춘 인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2024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영입한 것일 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검찰 라인 주목

KT의 검찰 라인은 법무 리스크 대응과 준법경영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권 교체 이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전 정부에서 신뢰 인사로 평가받던 이들이 새 정부 체제에서는 정치적 상징으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검찰 출신 인사들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10월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KT에는 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며 "이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KT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와 주요 임원이 교체되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 김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외부 출신 임원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출신 인사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기술(IT) 기업 KT의 이미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가 '정치 코드 인사'를 단행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향후 정부·정치권과의 협력이나 규제 대응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