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도 상해보험금 사유…금감원, 고지의무 확인 주의사항 공개
# 허리 통증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오던 B씨는 대학병원에서 적절한 검사를 받지 못한 채 오진을 진단받았다. 병원은 이후 치료시기를 놓쳐 B씨가 하지마비장해를 입게 되자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직접적인 의료행위가 아닌 부작위(미조치)에 따른 결과일 뿐 상해의 외래성이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6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례를 포함해 의료과실 사고 및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된 주요 분쟁사례를 공개하고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 측은 "질병·상해를 다루는 제3보험에서 상해보험금 부지급이나 계약 해지를 둘러싼 분쟁이 여전히 빈번하다"며 "구체적 사례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사건에서 부작위 의료과실도 상해사고로 인정했다. 상해의 요건인 외래성은 '신체 내부 질병이 아닌 외부요인에 의한 신체 침해'를 의미하며 의사의 부작위가 신체에 침해를 초래했다면 작위에 의한 의료과실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5월 선고한 판결(2022나2017285)에서 "의사의 부작위는 신체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작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같은 해 8월 대법원에서도 이 판결을 확정했다. 금감원은 오진으로 치료시기를 놓치는 등 의료진의 부작위에 의한 의료과실도 약관상 상해사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관련 약관 해석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고지의무와 관련된 다수의 사례를 함께 제시했다. 보험계약자는 청약서 질문사항(질병력·직업 등)에 대해 사실대로 알려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해지나 보험금 부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설계사가 고지를 방해한 정황이 확인되면 보험회사는 이를 근거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
실제 사례에서 설계사가 고지 기회를 주지 않거나 사실대로 알리지 못하게 한 사실이 녹취와 모집경위서에서 확인되자 금감원은 보험사의 해지 처분을 무효로 보고 계약 복원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설계사 행위로 소비자의 고지 의무가 차단된 경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더라도 위반사항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금은 지급된다. 예컨대 피보험자가 과거 질병력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발생한 상해사고가 해당 질병과 무관하다면 상법 및 약관에 따라 보상이 이뤄진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의료과실에 의한 사고 발생 시 약관상 상해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피보험자가 수술에 동의했더라도 의료과실로 인한 상해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의료과실은 내재한 질병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 사고'로 평가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계약 체결 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지 않거나 약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설계사의 질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의료과실 사고 발생 시에도 상해담보 가입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