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인사 시즌] 김성태 기업은행장 후임에 '내부 출신' 가능성 커진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 끝나면서, 후임 인선이 정책금융 판도를 크게 좌우할 관심사가 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수장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내부 출신' 인사가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3대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수장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인사와 '모피아(기획재정부·금융위 관료)' 배제라는 현 정부의 인사 기조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태 행장과 마찬가지로 전무이사를 지낸 김형일 전무이사가 우선 순위로 꼽힌다. 그는 '경영전략 전문가'로 김 행장을 보좌해왔다. 자본시장 전문가인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역시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후보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2020년 일어난 'IBK 사태'가 이번 인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하자, 노조는 '관치'라며 12일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당시 노조는 "내부인사를 고집하지 않았지만, 경제 관료를 보내 관치금융을 하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부 승진이 주류였다. 23대 조준희, 24대 권선주, 25대 김도진 전 행장에 이어 현 27대 김성태 행장까지 모두 내부 출신이다. 윤종원 행장이 관료 출신이었던 것은 예외적인 사례다.
더욱이 현 정부의 인사 기조를 고려하면 기업은행의 내부 승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9월 산업은행 71년 역사상 최초의 내부 출신인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회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기재부나 금융위 관료가 독점해 온 핵심 요직의 불문율을 깬 파격으로 평가된다. 관료 출신의 넓은 시야보다 조직 사정에 밝은 '내부 전문성'을 택한 셈이다.
이어 5일 정부는 석 달간 공석이던 한국수출입은행장에 황기연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이 역시 전임 윤희성 행장에 이은 '2회 연속 내부 출신' 발탁이다. 황 행장은 1990년 입행 후 35년간 수출입은행에서만 일한 기획 전문가다. 사상 처음으로 2대 국책은행 수장이 동시에 내부 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이미 내부 전문가 중용이라는 신호가 나왔다"며 "기업은행에만 외부 출신을 데려오기보다 내부 승계를 바탕으로 조직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