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리포트] 일동제약, 본업 둔화 속 '지분이익' 반영…순이익 '6배' 급등
일동제약이 외형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바이엘과의 코프로모션 종료와 소비재 사업 이관 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지만, 디앤디파마텍 지분 평가이익과 새로엠에스 매각이익이 반영되며 당기순이익이 6배 늘었다.
시장에서는 연구개발(R&D)비 절감과 고정비 효율화로 기본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일회성 영업외이익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이번 실적은 재무개선 효과와 구조조정의 과도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형 둔화 속 수익성 회복 신호탄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연결기준 3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1455억원, 영업이익 68억원, 당기순이익 215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7%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87.6% 늘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별도기준으로도 매출 1439억원, 영업이익 96억원, 당기순이익 297억원을 거두며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시장에서는 일동제약의 외형 둔화를 구조적 리스크보다 체질개선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매출원 일부를 정리하고 비용효율화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단기 실적이 주춤했을 뿐 이익구조의 안정성은 확보됐다는 평가다. 컨슈머헬스케어 부문의 비중 축소 이후 남은 전문의약품(ETC)과 비만 신약 라인 중심의 수익기반이 재정비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는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 지목된다. 바이엘과의 코프로모션 계약 종료와 컨슈머헬스케어 부문 일부의 계열사 이관으로 관련 실적이 제외되면서 외형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간 진행돼온 구조조정의 여파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효율화 성과는 확인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외형 축소에도 고정비가 줄며 손익 방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감소 폭이 제한적이었던 배경에는 비용절감이 있었다. 회사는 R&D비와 마케팅비를 조정하고, 소비자경험(CX) 부문 이전에 따른 조직효율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외비용 항목에서도 큰 손실은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수익성 안정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디앤디파마텍 지분+계열사 매각이익 반영
이번 수익성 급등에는 영업외이익 확대가 결정적이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디앤디파마텍 지분 평가이익과 종속기업 매각이익이 당기순이익 증가를 이끌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10월1일 디앤디파마텍 주식 5만3023주(약 106억원)를 현물로 취득했다. 2021년 출자한 신기술투자조합의 만기청산 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수령하면서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신약 R&D 전문기업으로 일동제약이 2021년 조합을 통해 투자한 뒤 기술가치가 빠르게 높아졌다. 올해 9월30일 종가(20만1000원)를 기준으로 평가된 해당 주식은 일동제약 자기자본의 6.7%에 달한다. 취득은 현금거래가 아닌 조합 만기 현물수령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장은 투자수익 확보 목적의 회계처리라고 간주하나 이 과정에서 디앤디파마텍의 지분가치 상승분이 영업외수익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수익도 순이익에 반영됐다. 일동제약은 7월 새로엠에스 지분을 모회사 일동홀딩스로 넘기며 계열사 구조를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종속기업 처분이익이 기타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새로엠에스는 지난해 매출 103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새로엠에스 외에 큐더스패밀리 3호 신기술투자조합 등 일부 투자지분 처분이익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바이엘과의 코프로모션이 종료됐고 컨슈머헬스케어 사업 일부가 타 계열사로 이관되면서 해당 실적분이 올해 실적 집계에서 빠지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이익은 사업 재정비에 따른 고정비 감소와 비용 지출구조 효율화 등의 결과로 성장했다"며 "당기순이익은 외부 투자 성과와 계열사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기타수익 발생 등의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본업 회복+비만 파이프라인이 관건
시장에서는 일동제약의 실적 개선이 구조적 체질전환으로 이어지려면 영업외이익이 아닌 본업의 성장세가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 기반이 축소된 데 따라 신약 R&D 성과와 신규 수익원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분기의 재무개선이 비용효율화의 결과인 만큼 향후에는 본업을 확장해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업계는 이번 실적을 일동제약이 본격적인 수익체질 전환에 착수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영업외이익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경계한다. 본업의 외형이 줄어든 가운데 지분평가와 처분이익이 수익을 견인한 만큼 실질적 영업체력이 회복될지 여부는 4분기 이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일회성 이익이 사라지는 구간에서 수익성 유지가 가능한지'가 검증 포인트다.
회사의 다음 과제로는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 입증'이 거론된다. 일동제약은 저분자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 'ID110521156'의 임상1상을 마친 상태에서 글로벌 기술이전(LO)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파이프라인이 내년 상반기 중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일동제약의 중장기 성장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병용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29일 공개한 ID110521156의 임상1상 전체 데이터 결과는 놀라웠다"며 "최고용량군(200㎎군)에서 4주 만에 무려 -9.9%(위약조정 -6.8%)의 체중감소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주 기준 경쟁약물인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이나 로슈의 'CT-996'을 뛰어넘는 수치상 세계 최고 기록"이라며 "특히 고무적인 것은 체중이 9.9%나 감소하는 와중에 제지방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