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리포트] 유한양행, R&D 투자 줄여 실적 방어…신약 투자 선순환 과제도

2025-11-06     김나영 기자
/이미지 제작 = 김나영 기자

유한양행이 연구개발(R&D) 투자에 허리띠를 졸라맸다. 렉라자 마일스톤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현금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위축된 데다 신규 기술도입 계약도 부재했던 영향이다. 

투자 보폭을 줄였음에도 수익성은 되레 하락했다. 회사의 수익구조가 렉라자 중심 기술수익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올 4분기 렉라자 중국 상업화에 따른 6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유입이 예정돼 있어 R&D 재투자 선순환이 다시 가동될지 주목된다. 회사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받은 'YH25724'를 비만·대사질환 치료제로 자체 개발할 계획이다. 

 

마일스톤 공백에 R&D 투자도 반토막

유한양행은 올 3분기 R&D 비용을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6일 유한양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별도 기준 R&D 비용은 455억원으로 전년 동기(902억원) 대비 49.6% 감소했다. 전분기 544억원과 비교해도 16.4% 줄어든 수치다.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 부재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의 R&D 비용은 주로 임상 진행이나 기술도입, 마일스톤 지급 시 반영된다. 지난해 3분기에는 유빅스테라퓨틱스, 프로젠 등 바이오텍과 두 건의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연구비가 급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신규 계약이 없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R&D 비용은 도입 품목이 있을 때 크게 늘어난다"며 "작년 3~4분기에 유빅스, 프로젠과 각각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면서 높은 투자비용이 발생했었다"고 설명했다. 선급금 50억원에 도입했던 유빅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UBX-103'은 지난달 기술을 반환하며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마일스톤 수익이 비면서 현금흐름이 둔화된 점도 R&D 집행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3분기 렉라자의 미국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 6000만달러(약 800억원), 올해 2분기 일본 상업화에 따른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수령했지만 이번 분기에는 관련 수익이 전무했다.

실제 유한양행의 3분기 별도 기준 라이선스 수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256억원) 대비 83.1% 감소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982억원에서 96억원으로 95.6% 급감했다. 유한양행은 벌어들이는 기술 수익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경영 원칙을 삼고 있는 만큼 이번 마일스톤 부재는 R&D 집행 여력을 위축시킨 요인됐을 가능성이 크다.

 

렉라자 의존도 높은 수익, 반환약 'YH25724'로 해법 제시

유한양행 2024~2025년 3분기 실적 추이 / 자료 = 공시

R&D 투자를 대폭 줄였음에도 수익성 하락을 막지 못했다. 3분기 유한양행의 별도 영업이익은 241억원으로 전년 동기(545억원) 대비 5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81억원으로 23.6% 줄었다. 매출이 5.8% 감소하는 데 그친 반면 이익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건 라이선스 수익이 사실상 사라진 영향이 컸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후속 파이프라인 육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회사는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 서한을 통해 신약개발 로드맵을 공개하고 반환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의 자체 개발 착수 계획을 밝혔다. YH25724는 지난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됐다가 올해 3월 유한양행으로 반환된 물질이다. 이 물질은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1)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의 이중작용제로 체중감량과 간대사 개선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간경화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군을 겨냥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 임상 진행도 목전에 뒀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레시게르셉트에 대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다국가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한편 유한양행은 오는 4분기엔 R&D 투자 비용과 함께 실적 또한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렉라자 중국 출시로 인한 4500만달러(약 640억원)가 기술수익에 반영될 예정이라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올 4분기에는 렉라자의 중국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이 예정돼 있어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면서 "일시적 이벤트인 마일스톤 외에도 판매 로열티로 기술수익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