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딜 인사이드] DGP, 3년도 안 돼 손바뀜…'새 판 짠다'

2025-11-07     박수현 기자

 

신재생에너지 개발기업 ‘DGP’의 주인이 바뀌었다. 김병진 플레이크 회장이 이끄는 ‘사토시홀딩스(옛 딥마인드플랫폼)’가 대규모 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경영진 교체뿐만 아니라 전환사채(CB) 거래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경영 운전대를 쥐게 된 새 주인 측은 신규 자금을 활용해 신사업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유증+CB 거래구조 눈길…180억 수혈

코스닥상장사 DGP는 이달 5일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사토시홀딩스가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오너십에 변화가 생겼다. 유증 참여로 사토시홀딩스는 25.06%의 지분을 확보해 주주 명부 최상단으로 올라갔다.

반면 기존 대주주였던 더큐브앤(옛 CBI)은 지분율이 13.86%에서 10.39%로 희석되면서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일반적인 경영권 주식 양수도 거래가 아닌 신규 자본 유치 방식으로 인수합병(M&A)이 이뤄진 모습이다.

유증이 진행되기 전에 CB도 발행했다. DGP는 지난달 17일 ‘퍼플렉시티투자조합’에 34회차 CB를 발행해 80억원을 유치했다. 퍼플렉시티투자조합은 김 회장의 친형인 김호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조합원은 플레이크, 메타플렉스, 스페이셜인베스트먼트 등으로 모두 김 회장의 직간접적인 지배를 받는 회사로 구성돼 있다. 김 회장 측이 DGP의 경영권을 인수하기에 앞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더큐브앤(당시 CBI)이 DGP(당시 대한그린파워)의 대주주에 오른 지 2년9개월만의 손바뀜이다. CBI 또한 2023년 2월 대한그린파워의 유증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104억원을 출자해 11.9% 지분을 취득했다. 이후 장내매수, CB 전환 등 방식으로 지분을 더 모으면서 지배력을 16%대까지 높였다.

사업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CBI는 기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더해 도심항공교통 플랫폼부터 항공기·항공우주, 수소연료전지 개발, 로봇 제조, 바이오까지 접점이 없는 여러 사업을 정관에 추가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이때 사명도 현재 이름으로 변경됐다.

이 기간 DGP는 32회차 CB(80억원), 33회차 CB(101억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중 110억원이 빚을 갚는 데 쓰였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CBI와 엑시큐어, 퓨처코어(당시 SBW생명과학), 미국 키네타 등 상장사 지분을 모으기도 했다. 모두 CBI와 지분관계가 있거나 사업적으로 얽혀 있는 곳들이다.

정작 주력 사업이었던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실적은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품·용역·발전·공사 등 모든 유형의 매출이 급감했다. 2022년 335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18억원까지 크게 줄었다. 그 여파로 영업손실 역시 28억원에서 5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반면 지분투자 활동, 이자손익 등 비영업적 항목이 포함된 당기순손실은 178억원에서 135억원으로 오히려 적자폭이 감소했다.

 

신사업 AI 낙점…새 투자처 모색

새로운 경영진은 이 같은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각도의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경영권 안정화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고, 실질적인 경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단행했다.

조헌정 한국첨단소재(옛 피피아이) 대표와 특수관계자인 염제우 전 사이드세븐 대표가 DGP 수장 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추가로 사외이사와 감사도 새롭게 선임했다. 완전히 새로운 이사진이 꾸려진 셈이다.

신사업 윤곽도 드러났다. 인공지능(AI)과 자동차 등 무려 35개 신규 아이템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동시에 바이오, 의약품 개발, 운수사업, 항공기 개발, 이차전지 등 기존 주인이 추진했던 사업은 모두 정관에서 삭제했다. 사명 또한 에이전트에이아이로 변경했다.

유증과 CB 발행으로 확보한 180억원은 해당 신사업의 투자 실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증 자금은 온전히 내부 곳간에 쌓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 측이 경영권 구주 양수가 아닌 유증 방식으로 M&A를 진행한 것 역시 향후 투자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DGP는 해당 유증의 목적을 ‘타법인증권취득’으로 명시했다.

다만 명확한 투자처는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당초 DGP는 유증 자금이 납입되면 코스닥상장사 ‘엑시큐어하이트론’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엑시큐어하이트론이 다른 전략적투자자(SI)를 확보하면서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DGP가 유증으로 확보하는 100억원은 엑시큐어하이트론 인수자금으로 쓰일 계획이었는데, M&A 과정에서 해당 회사가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면서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