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 매각]② 창업주 김용우,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은 이유

2025-11-07     강준혁 기자

더존비즈온의 매각 배경과 의미에 대해 분석합니다.

서울 중구의 더존비즈온 사옥과 회사 로고 /이미지 제작=강준혁 기자

 

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2위 기업인 더존비즈온을 이끌어온 김용우 회장이 결국 가족승계 대신 매각을 선택했다. 그동안 김 회장의 두 자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더존비즈온의 향후 거버넌스 전환은 불가피했다.

김 회장이 더존비즈온의 경영권을 스웨덴 사모펀드 EQT에 넘기며 회사는 새로운 체제를 맞게 됐다.

 

자녀는 춘천 '강아지숲'에…ERP와는 다른 길

7일 업계에 따르면 ERP 전문기업으로 출발해 회계·세무 솔루션 시장을 장악한 더존비즈온은 창업주인 김 회장이 경영을 주도해온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김 회장은 2003년 ERP 전문기업 더존다스를 세워 회사를 성장시켰다. 그러나 두 딸은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더존비즈온의 주요주주가 아니며 등기임원이나 실무보직을 맡은 적도 없다. 대신 강원 춘천에서 반려동물 테마파크 '강아지숲'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강아지숲은 김 회장이 지분 94.39%를 가진 더존비앤씨티가 운영한다. 반려동물 문화공간과 바이오융합 사업 중심이라 더존비즈온의 ERP·클라우드 등 핵심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더존비앤씨티는 김 회장이 세운 회사지만 철저히 '비(非) 정보기술(IT)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그동안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외부 매각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계속됐다.

김 회장의 지분과 관련해 매각 제안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져왔다. 올해 6월에는 김 회장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더존비즈온은 공시에서 '대주주가 투자자의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가 높아진 점, 글로벌 사모펀드 네트워크를 이용한 해외진출 가능성이 제안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결국 김 회장이 EQT에 회사를 넘기기로 하면서 이 같은 예측은 현실이 됐다.

 

글로벌 자본이 이끄는 새 국면

EQT는 6일 더존비즈온에 1조3158억원(주당 12만원)을 투자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EQT는 김 회장의 지분 23.2%와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의 14.4%를 인수해 총 37.6%(자기주식 제외)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로써 더존비즈온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창업자 가족이 아닌 글로벌 자본 중심의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된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도 그동안 재무적투자자(FI)로서 더존비즈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떠나게 됐다. 이번 거래는 그동안 FI였던 신한 계열의 출구전략이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본격 진입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더존비즈온은 창업주 중심의 경영 시대를 마무리하고 글로벌 자본의 전략 아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됐다. 가족 승계 대신 시장 매각을 택한 김 회장의 결정은 더존비즈온의 경영체제가 창업주에서 글로벌 자본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