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vs 얼라인, 좁힐 수 없는 간극 ‘자사주 소각’ [넘버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자사주 소각’을 놓고 불거졌던 주주 간 갈등이 결국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율이 이미 도용환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FI들은 도 회장 측에 꾸준히 자사주 소각을 요구해왔지만 도 회장 측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경영권 행사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엇갈리는 가운데 FI들은 스틱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I들의 지분율은 26.1%로 도 회장과 특수관계인들(18.99%)을 초과했다. 미리스트래터직이머징마켓츠펀드엘피가 13.38%로 가장 많고 얼라인파트너스(7.63%), 페트라자산운용(5.09%) 순이다.
이들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스틱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 덕분에 1년 전까지만 해도 7000원대에 머물던 스틱 주가는 최근 1만원대까지 올라갔다.
반면 스틱의 지분율은 올 들어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몇몇 임원들이 퇴임하면서 스틱 주식을 팔아 지분율이 지난해 12월 말 19.45%에서 올해 9월 말에는 18.99%로 떨어졌다. 파트너가 된 진입한 임원들에게 자사주를 나눠준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사실 도 회장을 비롯한 스틱 임원들이 지분율을 높이려면 장내매수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들 개인의 자금력만으로는 FI들과 맞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지분율 13.54%에 달하는 자사주다. 얼라인을 비롯한 FI들의 요구대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FI들과의 지분율 격차는 그대로 유지된다. 도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0%도 채 되지 않아 경영권이 불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주 소각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얼라인은 지난달 말 스틱 지분의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얼라인 측은 향후 행동 변화를 염두에 두고 4개 종목의 보유 목적을 일괄 변경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그동안 양측은 자사주 소각 등에 대해 원만하게 대화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냉기가 도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양측의 의견 차가 꽤나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도 회장이 스틱의 자사주 매각을 위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접촉 중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납득할 만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도 회장 입장에서는 불안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도 회장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신한금융지주가 백기사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 회장은 스틱을 창업하기 직전 신한생명보험 투자운용실장으로 근무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해외 펀드들이 스틱의 지분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향후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스틱 입장에서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 행사와 직결되므로 얼라인의 요청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