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플랫폼 노동자 연금 사각지대…'부분 지원과 크레딧' 논의[현장+]
"연금의 사각지대를 메우지 못하면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없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재정 중심에서 벗어나, 청년·여성·플랫폼 노동자 등 제도 밖 노동자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 크레딧 확대 방안' 토론회에는 학계, 시민단체,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제도 사각지대 해소와 크레딧(가입 인정 기간) 확대의 현실적 대안을 논의했다. 김성주 전 국회의원이 사회를 맡았고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과 제갈현숙 한신대학교 교수(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가 발제자로 나섰다.
유 연구위원은 공단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의 실태를 제시했다. 18~59세 인구의 약 36%가 적용 제외, 납부 예외, 장기 체납 상태에 있으며 특히 18~24세 청년의 적용 제외율은 6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50대 사각지대 집단의 평균 가입기간은 76.6개월로 수급 요건인 120개월에 한참 못 미친다. 이들이 현 제도 아래에서 노령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수십만 명의 무연금자가 양산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65세 이상 노인의 노령연금 수급률이 47%에 불과하고 평균 연금액은 생계급여나 중위소득 50%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은 상황에서 사각지대가 지속된다면 노후 빈곤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어 제갈현숙 한신대 교수는 플랫폼과 특수고용 노동자가 이름만 사업자일 뿐 실질적으로 임금노동자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연금법상 근로자 정의를 폭넓게 적용해 이들을 사업장 가입자로 전환하고 인적용역과 플랫폼 정산 자료를 활용해 소득 발생 시점에 보험료를 원천징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이 어려운 경우에는 국가가 크레딧 형태로 일부 매칭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토론자로 참석한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각지대 해소를 '보편적 포괄성'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제도상 포함 여부뿐 아니라 실제 기여와 노후소득 보장이 함께 작동해야 진정한 포괄성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단기 지원에 머문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장기적 국고 투입을 전제로 지원 기간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정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조직홍보팀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돌봄 책임 때문에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 플랫폼으로 이동한 노동자들이 불규칙한 소득과 전액 자부담 구조로 연금 납부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에 대한 불신이 교육과 설명을 통해 개선되는 사례도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 대상 연금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플랫폼 기업의 높은 수수료 구조 속에서 근로자가 모든 위험을 감당하고 있다며 사회보험 분담 책임을 기업과 국가가 함께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양명철 연금급여팀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내년부터 출산 크레딧을 첫째 자녀부터 12개월 인정하고 상한을 폐지하며 군복무 크레딧은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된다. 청년층의 조기 가입을 돕기 위한 '생애 첫 보험료 지원제'와 저소득 지역가입자 대상 보험료 지원 확대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사업장 전환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중장기 과제지만 정부가 제도 개선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사회를 맡은 김성주 전 의원은 이번 논의가 연금 고갈 시점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연금의 포용성과 형평성을 중심에 둔 공론의 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은 곧 국민연금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일"이라며 이날 제기된 크레딧 확대와 보험료 지원 과제가 향후 입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