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셀트리온 상무 "신약개발사 전환, AI가 시간 앞당길 것" [현장+]
"결국 신약이라는 건 후보물질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의 문제인데, 인공지능(AI)이 그 시간을 줄여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윤석민 셀트리온 관리운영 담당장(상무)은 7일 인천 송도 경원재 바이 워커힐에서 열린 'IFEZ X K-BioX ABDD(AI Biohealthcare Drug Discovery) 서밋'에서 이같이 말하며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AI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케이바이오엑스(K-BioX)가 공동 주최했다. 셀트리온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로직스, LG AI Research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과 해외 석학들이 참여해 AI 기반 신약 개발 전략과 협력 방안 등을 공유했다.
신약 개발사 도약, AI로 시간 단축
현장에서 만난 윤 상무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신약개발사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내부적으로 AI 활용 논의가 활발히 오가고 있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부터 AI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윤 상무는 "셀트리온은 지금 신약개발사로 전환하고 있다"며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I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진석 사장과 회장을 중심으로 '차차 시도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 돼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올 6월 신약연구본부에 AI 기반 신약개발 전담 부서인 'AI 부트캠프'를 신설하며 연구개발 혁신에 나섰다. 이 부서는 신약 타깃 발굴 및 검증과 후보물질 도출, 바이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한 제품 개발 지원 등 업무를 AI 기술과 결합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테크바이오 기업 '포트래이(Portrai)'와 공간전사체 및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탐색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포트래이에 총 계약금 8775만달러(약 1259억원)을 주고 최대 10종의 신규 타깃에 대한 독점권을 확보했다. 회사는 포트래이의 자체 AI 분석 플랫폼 'PortraiTARGET'을 활용해 실제 환자 조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약 표적 발굴에 착수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계획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표적 중심의 차세대 신약 후보를 도출하고 항암·자가면역질환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초기 개발에 유용한 기술, 보안 문제는 고려 사항
셀트리온은 AI 활용 방안으로 주로 초기 후보물질 발굴 과정에서의 시간 절감에 초점에 맞출 전망이다. 그는 "AI는 신약개발 과정 중에서도 특히 초기 후보물질 탐색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결국 신약이라는 건 후보물질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의 문제인데, AI가 그 과정을 단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AI가 기전 분석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행사에서 AI 기술이 보여준 건 약물의 작용 기전을 예측하고 추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윤 상무는 "어떤 기전을 주력으로 할지 구체적인 개발 방향은 미래전략실 등 내부에서 논의 중"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활용 확대에는 기술보안 이슈가 동반된다는 점도 내부에서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 기업은 기술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정보 보안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 의료·바이오 데이터 보호에 대한 감독과 적용이 강화되는 추세다.
그는 "셀트리온은 국가 전략산업기술 보유업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만큼 AI를 쓰더라도 보안 문제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면서 "전사적인 AI 전환보다는 신약개발에만 국한해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