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게임법]② 자율등급·확률형·P2E…법적 리스크는 그대로

2025-11-11     최이담 기자

20년 만의 전면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게임법’을 법조계 시각에서 분석하고, 법의 변화가 산업 현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봅니다.

이미지 제작=챗GPT

새로운 틀의 게임법이 발의됐지만 산업 현장의 고민은 여전하다. 자율등급분류 확대,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 경품 금지 조항 삭제로 인한 NFT(대체불가토큰)·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해석 논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자율과 책임의 경계가 흐려진 가운데 향후 시행령 운용과 금융 규제 정비가 실질 변화를 가를 전망이다.

 

자율등급 확대, ‘자율’인가 ‘책임 이전’인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9월 발의한 개정안은 민간 등급분류 기관이 맡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접 등급을 매겼던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 등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국제 서비스 환경과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지만, 책임 구조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은 “자율등급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는 것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책임 구조를 만든다”며 “사업자가 직접 등급을 매기면 행정절차는 간소화되지만, 논란이 생겼을 때의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와 웹툰이 등급 논란이 있어도 사회적 비판으로 그치듯이, 게임도 이제 마찬가지의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다”며 “결국 자율등급제의 확대는 게임에도 문화콘텐츠에 걸맞는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고 덧붙였다.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이 최근 서울시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김 센터장은 “자율등급이 제도적으로 확장되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정부가 ‘재등급 트리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시행령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법안의 구조로는 청소년 이용불가(청불) 등급까지 민간에서 직접 판단할 수 있게 되지만, 콘텐츠진흥원이 여전히 ‘재등급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청불게임 통제권한 축소에 대한 사회 일각의 우려는 현저히 줄어든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표시 의무’가 부른 자기검열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 강화 조항은 표면적으로는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취지지만, 개발 현장에서는 ‘자기검열 비용’이 폭증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제 개발자 스스로가 게임을 만들며 ‘내가 법을 어기고 있지 않은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의 본질은 소비자 보호”라며 “이용자가 구매하는 서비스의 스펙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표시 의무를 지키려다 실수하거나 오해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법 개정 3대 쟁점표/표=최이담 기자

문제는 표시 의무의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일부 게임에서는 던전 진입권, 강화석, 장비 합성 등 확률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어디까지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볼 지 명확하지 않다. 

김 센터장은 “규제당국도 어느 지점을 표시 의무 대상이라고 판단할지 쉽지 않다”며 “이 모호성이 결국 ‘표시 의무 위반’ 논란을 낳고, 입증 책임 전환이 현실화되면 중소 개발사는 대응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행 법안은 ‘입증책임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즉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자가 ‘표시의무를 지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대형사보다 인력·법무 대응이 취약한 중소 개발사에 집중된 리스크로 이어진다.

이광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은 단순한 판촉이 아니라 게임 알고리즘과 영업비밀에 가까운 사안”이라며 “표시광고법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광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최근 서울시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NFT·P2E, 완화 착시 뒤의 규제 현실

‘경품 제공 금지 조항’이 이번 개정안에서 삭제되면서 NFT·P2E 게임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과거 P2E 금지의 근거 조항이 빠졌을 뿐, 이제는 ‘게임결과물 환전 금지’ 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변호사는 “NFT는 아직 가상자산으로서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다”며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NFT의 성격을 구분해 가상자산성 여부를 따로 판단하고 있어,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품은 본래 마케팅 행위의 하나로, 자유시장경제에서는 과도한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번 조항 삭제는 물리적 경품 규제 해소의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NFT와 P2E에 대한 국내 법과 제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국내에서는 게임 결과물의 현금화가 금지되는 만큼, 자산성 NFT와 결합한 P2E 구조는 규제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중국과 함께 P2E를 금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 변호사는 “웹(Web)3 보상은 결국 세무·자산 분류의 문제다. NFT나 가상자산으로 대가를 지급하는 순간 과세 기준과 자산성 판단이 뒤따른다"며 “결국 NFT·P2E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면 금융·조세·자산 규제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NFT·P2E의 법적 수용은 기술이 아니라 금융 규제 체계의 문제라는 뜻이다. 그는 “가상자산 업권법 내 보조 카테고리(부가통신업 유사)를 신설하고 예외 조항을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