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1조달러 보상안' 통과에 새 AI·로보틱스 비전 제시

2025-11-08     최경미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향후 10년간 경영 목표 달성 시 1조달러의 주식을 받는 보상안이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머스크는 정밀 수술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전기차 판매 대폭 확대 등 야심찬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 제공=테슬라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전날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테슬라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탕 봉지를 나르는 단순한 업무에서 시작해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인 정밀도의 수술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빈곤을 없애고 “모두에게 놀라운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옵티머스와 테슬라 차량이 언젠가 달과 화성 기지 건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멋지고 한 단계 진화한 ‘달 탐사차’ 혹은 ‘화성 탐사차’ 같은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또 내년 말까지 전기차 생산량을 약 50%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최근 몇 년간 판매 부진을 겪고 있으며 올해 2년 연속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주총에서 테슬라 주주 75%가 머스크의 새로운 보상안에 찬성했다. 머스크가 2035년까지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8조5000억달러로 끌어올리는 등 특정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25%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현재 머스크의 지분은 약 13%다. 머스크는 2008년부터 테슬라를 이끌어왔다. 

머스크는 앞서 테슬라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자신이 경영에서 손을 떼거나 스페이스X를 비롯한 자신의 다른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보상안 가결 이후 머스크는 “이것은 테슬라의 새로운 장일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책의 시작”이라며 “우리는 차량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인류 역사상 어떤 것보다 빠른 속도로 옵티머스 생산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또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을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급망 제약이 복잡한 제품 생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으며 기존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의존하는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 칩 공장을 설립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머스크는 “공급업체들의 최선의 생산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며 테슬라가 ‘테라 팹’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내년에 옵티머스, 출시가 지연된 세미 트럭과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 사이버캡 등 3가지 제품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사이버캡의 생산 속도가 규제 승인 속도와 거의 비슷하게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웨이모가 이 길을 열어준 데 감사한다”며 “매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테슬라의 9대 주주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노르웨이은행투자관리회사(NBIM)는 머스크의 보상안에 반대를 표명했다. 또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보상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다른 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부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이사회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찬성 표를 모으며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로빈 덴홀름 테슬라 이사회 의장은 “머스크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테슬라의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며 이번 투표는 테슬라의 미래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상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머스크가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가결로 머스크가 “AI 혁명을 이끌 전시의 CEO로서 지위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보상안 승인으로 테슬라의 가장 큰 자산인 머스크가 향후 상당 기간 회사의 리더로 자리하게 됐다”며 “이로써 테슬라의 AI 밸류에이션이 본격적으로 풀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테슬라의 사업을 수익성 있게 확장하고 로봇과 로보택시를 대량 생산하는 등 보상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장벽이 있다”며 “이제 테슬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장, 즉 자율주행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것이 과제”라고 분석했다. 

주총을 앞두고 보상안 반대를 촉구했던 투자자 연합체 SOC인베스트먼트그룹은 “테슬라의 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깊은 우려를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머스크가 테슬라에 미치는 과도한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테슬라는 이번 표결을 머스크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유료 소셜미디어(SNS) 캠페인과 TV 광고, 위임장 확보를 위한 컨설턴트 고용 등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정한 혁신과 성장은 강력한 거버넌스, 독립적인 감시, 투명한 책임 체계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