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시험대]① 신한금융, '관치' 그림자 벗어날까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정치적 외풍'이라는 변수가 부상하는 모습이다.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최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가운데, 소유분산 기업의 대표 직종인 금융권으로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9월26일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경영승계 절차에 착수했다. 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관치'에 관한 압박과 더불어 이른바 '땡겨요 스캔들' 등이 막판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역대급 경영 성과 이면에 정권 '입김'의 빌미가 제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이 내부통제 오점으로 남았고, 진 회장이 은행장 시절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배달 앱 '땡겨요' 사업이 핵심기술 탈취 및 불공정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신한은행은 곧장 반박했지만, 진 회장의 도덕적 흠결로 지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9.30%)이 2023년 당시 진 회장의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던 점도 재차 언급되고 있다. 진 회장이 2021년 신한은행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 관련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진 회장이 선임됐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승계 구도를 두고 견제했던 사실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주인이 없는 '소유분산 기업'에서 정부가 주주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최고경영자(CEO) 선임에 개입해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한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는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사례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사건은 2008년 '남산 3억원' 사건으로,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 회장의 지시로 현금 3억원이 이명박 당선인 축하금 명목으로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제3자에게 전달된 것이 골자이다.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어 2010년에는 라 전 회장이 신상훈 전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신한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신한금융 회장의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일어난 내분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결국 당사자들이 물러나면서 한동우 전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사태를 수습했다.
한 전 회장이 이사회 산하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신설하여 승계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고, 제2의 신한사태를 막기 위해 CEO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는 규정도 도입했다. 다만 본인의 연임 과정에서 회추위 독립성이 부재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한 전 회장에서 조용병 전 회장으로 승계는 잡음 없이 이어졌지만 조 전 회장의 경우 2022년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퇴진했다.
조 전 회장은 '세대교체'와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명분으로 3연임을 포기했다. 이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이 대거 교체된 인사의 일부였다.
현 정부는 "관치금융 탈피"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급 효과에 관해서는 미지수라는 게 금융권 전반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 독립성 강화와 관치금융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기조가 실제로 실행되는지 여부가 금융그룹 경영 승계 절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융그룹 회장 연임이 실적과 지배구조 투명성에 따라 결정된다면, 정권 교체기 외풍이 극복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됐던 BNK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을 되짚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BNK금융의 '참호 구축' 등 강경한 발언을 쏟은 것과 관련, 신한금융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진 회장이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 최종 단독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보니, 사실상 내부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