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모니터] 한화솔루션, '태양광 수직계열화' 명운 달렸다

2025-11-10     김수정 기자

설비통폐합 등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재무현황을 짚어봅니다.

한화솔루션 여수 사업장./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이 GS에너지와 손을 잡고 성사된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공장이 최근 상업 가동을 개시했다. 이번 가동으로 한화솔루션은 원료 생산부터 셀 제조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다만 투자를 결정한 당시 기회의 시장으로 불린 태양광산업이 3년 만에 한풀 꺾이면서 EVA 조기 가동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구조조정 칼바람 직격탄 피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가운데에서도 상대적으로 영향권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된 기초유분은 관계사인 여천NCC에서 조달하는데다 제품 포트폴리오 역시 1·2차 화학제품이 혼재된 형태로 공급과잉 우려를 일부 상쇄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범용 제품 비중은 유지하되 고부가 2차 화학제품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온 만큼 경쟁사 대비 수익성 방어력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의 주력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덜한 편이다.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 수지인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의 경우 9월 말  MT당 1030달러(149만5045원)로 올초  1125달러(163만2713원)에서 소폭 하락에 그쳤으며 같은 에틸렌 계열인 LLDPE(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 역시 올해 1분기 MT당 931달러(135만1532원)에서 현재 853달러(123만 8129원)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와 반대로 원료인 에틸렌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화학 부문의 적자폭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반도체 세정 등 고부가산업으로 수요처 다변화를 추진 중인 가성소다 가격은 현재 MT당 396달러(57만4794원)로 비교적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EVA 생산을 시작했다. 9월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 공장은 연간 3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우선 파트너사를 물색했으며 GS에너지가 적임자로 결정됐다. 각각 지분을 출자해 에이치앤지케미칼을 설립한 뒤 이 JV의 주도로 투자가 이뤄졌다. EVA 공장을 짓는데 총 7183억원이 투입됐지만 GS에너지와 JV와 투자금을 분담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화솔루션의 부담금은 1200억원에 그쳤다. 

 

여수 EVA 생산 본격화…태양광 시장 전망이 관건

EVA 생산 체계를 구축한 것은 당시 한화솔루션의 미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당시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정책적 혜택에 힘입어 태양광 사업의 격전지로 평가됐다. 미국에 수입된 한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의 비중이 상당했고 이를 고려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했다. 

에이치앤지케미칼을 통해 확보한 EVA를 기반으로 한화첨단소재가 태양광용 EVA 시트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한화솔루션이 미국에서 태양광 셀을 제조하는 밸류체인을 구상했다. 또한 한화첨단소재는 세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시트를 공급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새로 짓기도 했다. 

약 7000억원을 들인 여수 EVA 공장은 최근 준공을 마치고 상업 가동되고 있다. 초기 생산된 제품은 모두 그룹 내에서 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이번 공장은 태양광 수직계열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EVA 생산 성과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자료=한화솔루션

 

우선 단기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그간 중국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글로벌 신규 설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이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태양전지 공급망 재편 성과에 따른 공급 과잉이 예상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축소 등으로 태양전지 모듈 수요량은 2025년 49GW에서 2026년 40GW 정도로 낮아지는 반면 모듈 캐파는 60GW에서 '73GW +α' 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블어 한화솔루션은 미국 통관 강화에 따른 변수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중국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자재가 일부 부품에 포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재 조달에 차질이 빚어져 미국 가동은 저율 가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생산 감소로 올해 AMPC 가이던스도 7000억원에서 4000억원 후반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한화솔루션 측은 "4분기에도 통관 지연에 따른 모듈 가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판매량도 5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세관 규제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 공급망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통관 지연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글로벌 기조 자체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선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인 SEIA 관계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인터뷰에서 "한화 큐셀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고효율 모듈과 품질 기반의 경쟁력으로 미국 내 입지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태양광산업은 외부 의존 구조에서 자립형 생태계로 이동하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으며 정책, 공급망 다변화, 기술 경쟁력 발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